코스피지수가 1650선 안팎의 좁은 박스권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4분기 이후 국내외 경기 회복 속도에 대한 의구심과 원 · 달러 환율 하락세 등이 답답한 지수 흐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주춤했던 외국인 매수세가 살아나는 것은 그나마 위안이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도 투자 대상을 고르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우선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던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등 대표 수출주가 '환율 급락' 우려로 주도주 자리에서 한발짝 벗어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내수주로 눈길을 돌려봐도 매수 타깃을 고르기가 만만찮다.

증시 전문가들은 3분기 실적이 시장의 전망치를 뛰어넘었음에도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지만,실적 둔화 우려가 있는 4분기에는 실적 개선이 주가 흐름을 판가름하는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수출주 중에서는 당분간 원화 강세(환율 하락)가 불가피한 만큼 환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실적 개선을 이어갈 수 있는 종목을 추려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내수주 가운데 소비경기 회복의 효과를 먼저 누릴 종목과 환율 하락의 수혜를 볼 수 있는 종목을 골라야 한다고 권했다.


◆환율 하락에 강한 수출주 주목

당초 시장에서는 환율이 떨어지면 IT에 비해 자동차가 실적 부진 압박을 강하게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전자 LG전자 하이닉스반도체 LG디스플레이 등은 전 세계 시장에서 명실상부한 '1위권 업체'여서 환율 하락에 따른 가격 경쟁력 저하를 이겨낼 힘이 자동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런 분석은 이달 22일 현대차가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발표하면서 수정됐다. 현대차는 해외 생산법인 및 판매법인의 지분법 평가이익이 급증해 1조원에 가까운 순이익(9791억원)을 올렸다.

안수웅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분기에 현대차와 기아차가 사상 최고 수준의 순이익을 냈다"며 "그동안 공을 들여온 해외 투자의 과실을 지분법 평가이익을 통해 거두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높아진 브랜드 파워도 자동차가 IT 못지않게 환율 하락에 강한 경쟁력을 보일 것이라는 근거로 꼽힌다. 임경근 노무라증권 상무는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해 초 북미시장에서 자동차 영업사원들에게 대당 5000달러의 판매 인센티브를 줬지만 최근 2000달러 수준으로 낮췄다"며 "글로벌 금융위기로 판매가 부진할 때는 공격적인 인센티브 정책으로 대응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위기 국면이 지나가자 그동안 끌어올린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꾸준히 판매대수를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 부품주도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우증권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해외 공장 가동률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실적 증가가 기대된다며 한라공조와 성우하이텍을 유망 수출주로 꼽았다.

자동차 외에 IT에서는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반도체 관련주와 삼성전기 같은 부품주가 증권사들의 추천을 받았다.

◆경기 회복 수혜 먼저 볼 내수주 관심

지난 26일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자 경기 회복 수혜 기대가 커진 내수주도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런 기대를 반영해 당일 현대백화점 신세계 롯데쇼핑 등 유통주들의 주가가 일제히 뛰었다.

대신증권은 현대백화점에 대해 "인건비 광고촉진비 등 판매관리비 절감 효과가 극대화하고 있는 데다 소비경기 회복에 따른 백화점 업황 호조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4분기 실적 호전 내수주로 지목했다. 또 여영상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달 들어 이마트 매출이 매우 양호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신세계의 4분기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건설주도 경기 회복으로 미분양 주택 리스크(위험)가 줄어든 데다 해외 수주 모멘텀까지 더해져 주목받고 있다. 대우증권은 건설주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로 상향 조정하고,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을 최선호 종목(톱픽)으로 제시했다. 이 증권사 송흥익 연구원은 "국내 미분양 주택은 지난 3월 16만5641채를 고점으로 8월에는 13만3779채까지 3만1862채 줄었다"며 "월 평균 6372채 감소했는데 이는 역대 미분양 해소 속도 중 가장 빠른 것"이라고 말했다. 송 연구원은 "이처럼 미분양 주택 리스크가 빠르게 줄어들고,이달부터 해외 수주가 활발해지고 있어 건설주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음식료 항공 여행 등의 환율 하락 수혜주도 눈여겨보라는 주문이다. 당분간 달러화 약세로 인한 원화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 이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내수주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