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증시중 러시아 다음으로 PER 낮아

국내 증시가 전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상당히 저평가된 상태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실적 전망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주가가 최근 박스권에서 횡보를 거듭하며 주가수익비율(PER)이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지난 1월 수준으로 다시 떨어졌기 때문이다.

25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기준 한국 증시의 PER은 21일 현재 10.8배로, 세계 주요 증시 중 러시아(9.2배) 다음으로 낮았다.

선진국 증시의 평균 PER은 14.9배로, 미국이 15.3배, 일본 21.9배, 영국 12.3배, 프랑스 12.7배 등으로 나타났다.

한국 증시는 또 신흥시장 평균 PER(13.3배)보다 18.8%나 저평가된 상태이다.

브라질(13.6배), 중국(14.1배), 인도(17.9배) 등 러시아를 제외한 브릭스 국가의 PER이 모두 한국 증시보다 높았다.

특히 한국 증시의 PER이 10배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지난해 12월 7.6배까지 내려간 뒤 올해 들어 1월에 10배 선을 회복한 이래 처음이다.

PER은 이어 지난 3월 시작된 증시 반등 국면에 오르기 시작해 4월20일 13.0배로 역대 최고치(13.4배)에 근접하기도 했다.

국내 증시의 PER이 이처럼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코스피지수가 지난달 1,700선을 찍은 이후 1,600선으로 다시 미끄러져 횡보세를 이어가는 데 비해 국내 기업의 이익전망치는 계속 상향 조정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20일 현재 12개월 예상 주당순이익(EPS)은 한달 전보다 3.0% 상향 조정됐다.

비록 EPS의 한달 전 대비 상승률이 8월 말 10.8%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상승률이 둔화됐지만, 여전히 국내 기업 실적에 대한 전망이 좋아지는 셈이다.

삼성증권 김성봉 연구원은 "EPS가 상향 조정되고 있지만 일부 종목이나 업종의 4분기 실적이 둔화될 것이란 우려로 증시가 게걸음 장세를 지속하며 PER도 저평가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pseudoj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