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서면서 다시금 시장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했다. 22일은 약보합세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80달러선을 유지했다.

국제유가는 10월 들어 70달러에서 80달러까지 15% 가까이 상승했다. 16거래일 동안 하락한 날은 단 나흘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올해 초 배럴당 30달러 초반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5배나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수출 중심의 국내 기업들에게는 엎친데덮친격이다. 유가상승에 의한 가격 경쟁력 약화와 원화 강세에 기인한 수출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종원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는 "유가 80달러는 시장의 부담을 확대시키는 수준"이라며 "국제유가 상승이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로 이어질 경우 투자위축에 이어 생산감소, 고용축소, 소비위축이라는 악순환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유가 상승이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소비심리 둔화도 우려된다.

실제로 지난 16일 발표된 미국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전망치를 크게 밑돌면서 하락반전했다.

아울러 상품가격 상승을 헤지하는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에 의해 한국증시의 상대적 선호도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거론되고 있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신흥국 증시 내의 주가차별화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며 "자원수출국에 해당하는 브라질와 러시아는 연중최고치를 넘어서는 반면, 자원수입국인 한국, 중국은 상품가격 급등 시 조정흐름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유가 상승세는 당분간 진정될 것 같지 않다.

세계경제 회복과 더불어 특히 주요 원유 소비국인 중국의 생산활동이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저금리 기조와 이로 인한 달러 약세도 유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박가영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본격적인 회복에 앞서 유가가 이미 과거의 임계치인 80달러를 넘었기 때문에, 경기 개선이 가속화될 경우 현재 유가 수준을 밑돌기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가 상승에 초점을 맞춘다면 기존의 주도주였던 IT(정보기술)와 자동차에 대한 눈높이는 낮추는 것이 바람직해보인다.

반면 유가가 오를 때 함께 오르는 업종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필수소비재, 은행, 조선, 철강, 건설업종이다.

이수진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초 이후 이들 업종과 유가는 0.7 이상의 강한 상관관계를 나타낸다. 유가가 오를 경우 이 업종들의 주가가 오를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곽병열 애널리스트 역시 "상품시장 강세 트렌드를 고려할 경우 포스코고려아연 같은 철강주, 대우인터내셔널LG상사 같은 자원개발주가 가장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