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주들이 GS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의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계기로 동반 강세를 보였다. 미분양 주택이 더 이상 늘지 않고 있는 데다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진 점을 감안하면 건설주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가져도 될 시점이란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설주 강세가 내수주 중심의 순환매를 보이는 요즘 증시 상황과 맞물린 것으로 진단했다. 원 · 달러 환율 하락세로 수출주의 주가 흐름이 부진한 가운데 내수주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GS건설 등 줄줄이 신고가

GS건설은 21일 3분기 매출이 1조9637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4.0%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24.6% 늘어난 1977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영업이익은 1300억원 수준이던 증권업계의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조주형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당초 3분기 실적 호조를 예상했지만 증가폭이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었다"며 "특히 4분기 이후 해외 부문에서 신규 수주가 예상돼 실적 호전이 지속될 것이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엔지니어링도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2분기보다 5.6% 늘어난 1조411억원으로 1년여 만에 1조원대를 회복하는 '깜짝 실적'을 내놓았다. 영업이익은 820억원으로 15.5% 증가했다.

이들 업체의 실적 호전에 힘입어 건설주 전반의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주요 건설주들이 강세를 보였다. GS건설은 메릴린치 등 외국계 창구로 매수세가 대거 유입된 가운데 10만9000원으로 0.93%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현대건설(2.53%)과 대림산업(2.04%)도 사흘 연속 강세를 이어가며 신고가를 갈아치웠고 두산건설(0.13%) 등 중견 건설주들도 덩달아 오름세를 나타냈다. 다만 삼성엔지니어링은 그간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며 2.12% 하락했다.

대림산업의 경우 3분기 영업이익이 581억원으로 시장 전망치(1200억원)에 크게 못 미쳤지만 향후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돼 강세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송흥익 대우증권 연구원은 "미분양 물량과 관련된 손실을 미리 상각한 결과 영업이익이 예상보다 부진했다"며 "4분기 이후에는 실적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주가에도 미분양 리스크가 상당부분 반영돼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주가엔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내수주 순환매 양상

건설주를 포함한 내수주엔 최근 순환매가 뚜렷하다. 음식료 항공 여행 등은 원 · 달러 환율 하락 수혜주여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또 은행은 환율 하락으로 외화 조달 비용 부담이 줄어든 데다 경기 회복의 수혜를 크게 누릴 것으로 기대돼 순환매 타깃으로 부상했다. 배당 기대가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통신 유틸리티 등 고배당 내수주에도 매수세가 옮겨다니고 있다.

이 같은 내수주 중심의 순환매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지만 증시에 상당한 상승 탄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내수주 순환매에서도 외국인이 큰 역할을 하는데 이들이 정보기술(IT)과 자동차를 살 때처럼 집중적인 매수세를 보이는 게 아니기 때문에 증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음식료 제약 통신 등 경기 변동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내수주는 투자자들이 대안주로 생각하고 있어 시장을 선도하기는 어렵다"며 "하지만 은행 등 경기 민감 내수주는 4분기부터 경제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플러스(+)로 바뀌고 내년 1분기엔 증가세를 더 확대할 것으로 예상돼 주도주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선 달러화 약세를 감안하면 수출주에서 내수주로 무게중심이 서서히 이동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몰리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여 수출주가 환율 효과를 누렸지만 이제는 달러화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환율 하락의 수혜를 누리는 내수주의 실적 개선이 돋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장경영/강지연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