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이 잇따른 증자물량 부담에 몸살을 앓고 있다. 각종 재료에 힘입어 주가가 높아졌을 때 자금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이어져 수급 부담에 짓눌리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코스닥시장에선 지난 주말 이후 유상증자를 결의했거나 발행가액이 확정된 옴니시스템 아이넷스쿨 유퍼트 하이드로젠파워 이화전기 등 5개사가 하한가를 기록했다.

거래대금이 급감하는 등 수급 불안정이 증시의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도한 증자물량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날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164억원을 조달하겠다고 공시한 디지털 계량기 전문기업 옴니시스템의 증자 규모는 시가총액(405억원)의 40%에 달하고,온라인 교육업체 아이넷스쿨도 시총 206억원의 37%가 넘는 77억원을 일반공모키로 했다.

정정공시를 통해 증자 규모를 1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줄이고 청약 일정을 다음 달로 미룬 전자부품업체 유퍼트의 시총도 244억원에 그치는 등 최근 증자 규모는 시총의 3분의 1을 훌쩍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매수주체가 사라지면서 공급물량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시장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가가 급등했던 기업들이 대거 유상증자에 나서는 것도 투자자들에겐 부담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스마트그리드 테마의 강세 덕에 6000원대 후반까지 올랐던 옴니시스템의 경우 발행예정가를 3280원 수준으로 잡고 있다.

대북송배전 테마에다 대규모 공급계약까지 더해지며 급등세를 보였던 이화전기도 최종 발행가액이 전날 주가(1540원)의 4분의 1 수준인 410원으로 결정되며 급락했다. 유상증자 결의 공시에 이어 발행가액 최종 확정 시에 주가가 다시 한번 충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날 아이넷스쿨이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 가운데 59억원가량을 차입금과 전환사채(CB) 상환에 사용하겠다고 밝히는 등 자금이 투자에 쓰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이선엽 연구원은 "자금이 시설투자 등 회사의 성장을 위해 쓰이기보다는 차입금 상환 등에 사용될 경우 시장의 평가가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며 "증자대금 사용 목적이 불분명한 경우에도 주가에 부정적인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