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증시의 최대 변수로 부상하면서 주도주 구도가 바뀌고 있다. 이달 들어 원 · 달러 환율이 급락,철강 금속 기계 등 소재업종 대표주들은 원가 부담 감소로 실적 개선이 기대되면서 초강세인 반면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주요 수출주들은 뚜렷한 조정을 보이고 있다. 환율 하락에 민감한 외국인의 선호 종목 변화를 고스란히 반영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환율 하락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 소재업종과 내수주가 외국인의 매수세를 바탕으로 시장의 주도주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스피 이틀째 상승세

20일 코스피지수는 10.08포인트(0.61%) 오른 1659.15로 마감,이틀 연속 상승했다. 지수는 심리선으로 불리는 20일 이동평균선(1654.50)을 이달 들어 처음으로 웃돌았다.

개인과 기관이 순매도했지만 외국인은 2200억원 이상 매수 우위를 보이며 6일째 주식을 사들여 강세장을 뒷받침했다.

IT와 자동차 등 대형 수출주들은 이달 들어 환율이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뚜렷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이 환율 하락 효과가 예상되는 철강 기계 등 소재주로 갈아타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전기전자와 운수장비 업종지수는 이달에 각각 6.10%와 4.87% 떨어졌다. 반면 철강금속과 기계 업종지수는 10.23%와 6.77% 급등하며 가을 증시의 주도주로 부상하는 양상이다.

특히 포스코는 지난 13일부터 이날까지 6일 연속 외국인 순매수 '톱 10'에 들면서 9.8% 급등했다. 두산중공업(10.5%) 현대제철(9.9%)을 비롯한 철강주와 기계주들도 동반 상승세다.

증권업계에선 철강 기계 등 소재업종 대표주들이 환율 하락으로 원가 부담이 줄어 4분기 이후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점을 주가 강세의 주요인으로 꼽고 있다.

신윤식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봉형강 등은 통상 4분기가 성수기인 데다 최근 환율 하락으로 철강업계 전체적으로 원가 부담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이트레이드증권은 원가 하락과 철강 수요 회복을 감안해 포스코의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를 4조1000억원대에서 5조6000억원으로 올려 잡았다.

이에 반해 올 상반기 환율효과를 크게 봤던 IT와 자동차주의 경우 환율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자 주가가 방향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IT 등 주요 수출주는 3분기까지 실적 호조가 이미 주가에 반영된 데다 환율 급락까지 겹쳐 향후 실적 전망에 대한 신뢰성이 약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블루칩 수출주는 저가 매수 기회로

환율 하락이 추세적이란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원화 강세 수혜주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요 IT주는 실적이 3분기에 정점을 이룰 것이란 관측이 강한 가운데 환율 하락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주도주로 복귀하기가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환율이 떨어진다고 해서 IT 자동차 등 수출 관련주를 지나치게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는 평가도 있다. 환율이 수출주의 주가 흐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아닌 데다 원화 강세는 장기적으로 보면 증시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김학균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증시 조정은 환율 하락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실적 우려와 그동안의 주가 상승을 의식한 차익 실현 욕구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나타난 결과"라고 지적했다. 한국 증시가 큰 조정 없이 글로벌 증시에 비해 선제적으로 많이 올랐다는 점도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생각보다 빠른 환율 하락 속도가 우려스럽기는 하지만 국내외를 막론하고 주식시장은 자국 통화 가치와 같이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우량 수출주의 경우 이번 주가 조정기를 매수 기회로 활용하라는 주장도 나온다.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은 이날 "경험적으로 원화 가치의 등락은 기업들의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최근의 조정을 블루칩 매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증권사는 "원화 가치는 글로벌 수요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점에서 지금의 강세는 오히려 한국 경제의 성장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며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고 덧붙였다.

서용희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내년에는 글로벌 경기가 본격적인 확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 채산성 악화를 매출 확대로 만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증시가 주요 저항선을 돌파하고 있는 만큼 국내 증시도 블루칩 기업들의 잇단 실적 호조를 배경으로 반등 탄력을 키워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박해영/강지연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