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美 수출 감소에 휘발유 등 연료 값 상승

회복세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낳았던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경제에 미국 달러화 약세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달러화 약세 탓에 대(對) 미국 수출이 급격히 위축되는 한편, 국제유가 상승으로 휘발유 가격 등 연료 값이 올라 가계에 큰 부담이 되는 양상이다.

18일 유럽연합(EU) 통계기관인 유로스타트(Eurostat)에 따르면 지난 6월과 7월 각각 132억1천300만유로, 137억4천400만유로까지 회복됐던 대미 수출액이 8월에는 102억6천700만유로로 크게 감소했다.

1유로당 1.25달러대에서 1.45달러대로 뛰었던 작년 말~올해 초에도 대미 수출액이 110억~120억유로 선을 유지했던 것에 비하면 지난 8월의 대미 수출액은 두드러지게 위축된 것이다.

특히 지난 8월은 환율이 1유로당 1.42달러대에서 1.44달러대로 서서히 높아지던 때였음에도 대미 수출액이 이처럼 급감하자 1.44달러대를 돌파, 1.5달러에 육박한 지난달과 이번 달 대미 수출액이 어떻게 집계될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여기에 최근 들어서는 달러화 약세로 국제유가가 1주일 사이에 10% 가까이 껑충 뛰면서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 경유, 난방유 등의 소비자 가격도 덩달아 인상돼 가계에 부담이 되고 있다.

달러화 가치 하락률보다 훨씬 큰 폭으로 유가가 상승하면서 수입가격이 올라 휘발유, 경우, 난방유 등의 소비자 가격이 최근 며칠 동안 평균 3~4% 인상됐다.

미국은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는 영국을 제외하면 유로존의 최대 수출시장인 탓에 달러화 약세로 말미암은 대미 수출 위축은 조심스럽게 피어오르던 경기회복론에 찬물을 끼얹는 셈이 된다.

정책 당국자들 역시 '약(弱) 달러' 기조에 바짝 긴장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회의) 의장인 장-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는 지난 16일 "아직은 아니지만, 달러화 약세로 인한 유로화 강세가 지속된다면 어느 시점에는 크게 우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19일 유로그룹 및 20일 EU 27개 회원국 재무장관회의에서는 달러화 약세가 역내 경제에 미칠 영향과 대책을 놓고 열띤 토론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브뤼셀연합뉴스) 김영묵 특파원 econ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