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수세가 살아나고 있지만 기관 매도 종목을 소화하는 데 큰 도움을 주지 못해 증시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 간 수급 '미스매치(불일치)'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펀드 환매로 7일째 '팔자'를 지속 중인 투신권 등 기관은 원 · 달러 환율 하락으로 정보기술(IT)과 자동차를 처분하고 있다. 이에 비해 외국인은 철강 은행 항공 등 원화 강세 수혜주를 편중 매수해 기관 매물을 받아내는 데 역부족인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환율 하락세의 진정 기미가 뚜렷해질 때까지는 이 같은 수급 미스매치 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증시 하방경직성은 강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다우지수가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욕구로 사흘 만에 10,000선을 내줬지만 상승 흐름이 유효한 상황인 데다 3분기 국내 기업들의 실적도 대체로 시장 기대치를 충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현대차 매물은 소화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주말까지 나흘 연속 순매수를 지속하면서 잠시 주춤했던 매수세를 키우고 있다. 이달 들어 순매수 규모도 1조1918억원으로 기관의 순매도 금액(1조962억원)을 넘어섰다.

이 같은 외국인 매수세에도 코스피지수는 이달에 1.96% 빠졌다. 지난 16일엔 외국인이 4000억원 이상 사들였지만 코스피지수는 뚜렷한 '전강후약'의 흐름을 보이며 1% 넘게 떨어졌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이 사는 종목과 기관이 파는 종목이 엇갈리면서 증시 상승 탄력도 약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달 들어 기관은 현대차 기아차 LG전자 삼성전기 현대모비스 등을 순매도 상위 10위 안에 포함시키며 IT와 자동차의 비중 줄이기에 나섰다. 외국인은 이 가운데 현대차 매물만 충실히 소화했고,포스코 신한지주 현대제철 대한항공 등 환율 하락 수혜주를 사들이는 데 집중했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떨어지면 철강은 철광석 석탄 등 원자재 수입비용이 줄어들고,은행은 외화 조달 비용이 떨어지게 되며,항공은 여객 수요가 증가한다"며 "이 같은 환율 하락 효과 외에도 철강은 내년 중국과 글로벌 수요 회복 기대가,은행은 경기 회복 수혜 예상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 하락 수혜주 주목

하방경직성이 강화된 이번 주 국내 증시에선 환율 하락 수혜주가 돋보일 것이란 예상이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철강 은행 음식료 등 원화 강세 수혜 업종의 상대적 강세가 이번 주에도 유효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증권사들도 환율 하락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을 단기 관심주로 제시했다. 한화증권은 CJ제일제당을 환율 하락의 최대 수혜주로 꼽았다. 이 증권사 박종록 연구원은 "연간 1조원어치의 원자재를 수입하고 4억달러의 외화 부채가 있어 환율 하락의 수혜가 크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실적 호전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은 환율 하락으로 전반적인 원재료 가격 부담이 작아졌다며 농심을,동양종금증권은 여객 증가와 연료비 감소로 3분기 이후 실적 턴 어라운드가 전망된다며 대한항공을 주목하라고 권했다.

LG텔레콤 GS건설 하나금융 등 이번 주에 3분기 실적을 내놓는 종목을 중심으로 4분기 실적 개선이 두드러질 종목을 탐색하는 데 집중하라는 조언도 나왔다. 이 연구원은 "과거 경험상 두 분기 연속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가 나오면 두 번째 분기엔 주가가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며 "그래도 깜짝 실적은 다음 분기 실적 전망을 올릴 수 있는 근거라는 점에서 향후 주가에 긍정적인 만큼 실적 발표 종목들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주에 실적을 발표할 기업은 △19일(월)=LG텔레콤 △20일(화)=동아에스텍 한국타이어 한라건설 안철수연구소 LG데이콤 LG파워콤 △21일(수)=LG전자 GS건설 삼성엔지니어링 KT&G LG하우시스 대림산업 부산은행 △22일(목)=현대차 제일기획 삼성전기 에쓰오일 △23일(금)=기아차 하이닉스 롯데쇼핑 하나금융 동아제약 등이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