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2년 전 거치식으로 4000만원을 넣은 중국펀드가 아직 손실을 모두 회복하지 않았지만,연말 해외펀드의 비과세 적용이 끝난다는 기사를 보고 환매했습니다. 이 돈을 한꺼번에 다시 펀드에 넣는 것은 부담스러워 매달 적립식으로 국내 주식형펀드에 넣을 생각입니다. "(서울 여의도 남모씨(45))

#사례2. "거치식으로 가입했던 브릭스펀드가 올 들어 선전하며 원금을 회복했고 세제혜택이 사라진다고 해서 막 자금을 뺐습니다. 환매한 자금의 절반은 국내 주식형펀드에 적립식으로 가입하고,나머지는 정기예금에 넣을 겁니다. "(서울 서초구 김모씨(54))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일까지 해외 주식형펀드에서 역대 최장인 25일째 자금이 빠졌다. 이처럼 최근 급증하고 있는 해외펀드 환매 행렬은 올 들어 펀드 수익률이 좋아진 데다 비과세 혜택이 연말에 끝난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펀드를 환매한 투자자의 상당수는 적립식으로 국내 주식형펀드에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경 증권부가 지난주 주요 은행과 증권사 창구에서 해외펀드를 환매한 투자자들을 직접 만나 의견을 들어본 결과다.

지역별로 환매가 집중되고 있는 해외펀드는 주로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등에 투자하는 펀드였다. 19명 중 17명이 중국펀드와 브릭스지역 펀드를 환매했다고 답했다.

실제 금융투자협회 집계에서도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15일까지 25일간 브릭스펀드가 포함된 글로벌신흥국펀드의 순유출 자금이 전체 해외펀드의 순유출금액(5799억원)의 40%가량인 221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중국펀드도 1000억원 이탈했다. 개별펀드에서도 슈로더브릭스펀드가 1000억원 넘게 설정액이 줄었고,신한BNPP봉쥬르차이나펀드도 900억원 가까이 자금이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주말 중국펀드를 환매한 서울 목동의 이모씨(35)는 "작년 초 3000만원을 넣은 중국펀드가 올 들어 원금을 회복한 데 이어 30%가량 수익까지 나자 환매를 결심했다"며 "찾은 자금의 절반은 국내 주식형펀드에 적립식으로 넣을 예정이고 나머지는 CMA(종합자산관리계좌)에 맡겨 둘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PB(프라이빗뱅킹)점과 거래하며 큰 자금을 굴리는 고액 투자자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국민은행 여의도 PB센터 고객인 김모씨(55)는 "브라질펀드 수익률이 10%가량 됐는데 내년부턴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환매를 했다"며 "앞으로는 해외보다는 시장 상황을 잘 아는 국내 주식형펀드에 매달 적립식으로 자금을 넣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센터 고객인 이모씨(52)는 "해외펀드 손실이 10% 정도 되지만 작년의 반토막에 비하면 원금을 상당히 회복한 상태여서 홀가분하게 환매했다"며 "상대적으로 안전한 CB(전환사채)나 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 주식 관련 채권을 보유하거나 금리가 오르는 추세를 감안해 당분간 현금을 들고 지켜보는 전략을 취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년부터 해외펀드가 수익을 낼 경우 수익금의 15.4%를 국내 주식형펀드와 똑같이 세금으로 내야 하지만,손실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1년간 세금이 유예된다며 이를 유념해 환매에 나설 것을 당부했다. 오대정 대우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 팀장은 "해외펀드 가입자가 내년에도 여전히 손실이라면 비과세 적용이 그대로 이어진다"며 "조급하게 해지하기보다는 해를 넘기더라도 원금을 회복할 때까지 기다리는 '환매의 기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 연구원은 "해외펀드라도 계속 투자를 해 세금을 넘어서는 수익률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면 보유하는 전략이 더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김재후/서정환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