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1천억弗 확충" vs. "확충 능사아냐"
국제금융학회 토론회


글로벌 금융위기 사례에서 보듯 자율변동환율제도가 한국 경제의 안정성을 해치기 때문에 정부의 시장개입과 금융규제를 강화하고 외환보유액을 대폭 증가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는 16일 은행회관에서 국제금융학회 주최로 열린 학술회의 발제를 통해 "1990년대 외환 위기를 겪으면서 동아시아에서는 자율변동환율제도가 이론적으로 바람직한 조합으로 주장돼왔다며 "현실적으로 환율이 급등락하는 상황에서는 그 충격이 너무 크고 또 그렇게 하는 국가들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환율 정책의 투명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해 개방경제 통화정책 준칙 등을 수립해야 한다"며 "금리조절로 외부충격 흡수가 부족할 경우 질서있는 시장개입을 사용하거나 유출입자본에 대한 최소한 규제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와 윤덕용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고성장과 고금리 상황에서 자본자유화를 했기 때문에 자본 이동의 반전 위험에 노출되고 있으며 경상수지 적자나 단기외채가 커지면 언제나 외환위기의 위험에 직면하게 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외환보유액을 축적하고 자본유입으로 인한 과도한 환율 하락을 시장개입으로 막아야 한다"면서 "금융감독을 통해 금융기관의 과도한 외환차입을 규제하고 파생금융상품의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연구원의 김정한, 이윤석 연구위원은 `적정외환보유고 수준검토' 발표에서 "작년 12월 적정 외환보유액은 대외채무규모인 3천419억달러 정도 돼야 하며 당시 실제외환보유액인 2천12억달러를 기준으로 할 때 1천406억달러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 3월 필요외환보유액을 추정해보면 2천569억달러로 3월 당시 외환보유액인 2천63억달러에 비해 506억달러가 부족해 향후 외환 보유액 확충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부가 인위적인 외환보유액 목표를 정하거나 자본시장에 직접적인 규제에 나서는 것은 최적의 수단이 될 수 없는 만큼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반론도 나왔다.

토론자로 나온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외환보유액이 더 적은 아시아 국가보다 심각한 위기를 경험했다"며 "결국 외환보유액과 경제위기 간 관계는 국가별 특성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이영섭 숙명여대 교수는 "정부가 외환보유액 목표가 얼마다라고 발표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작년에 외환시장의 불안은 시세차익을 노린 거래가 많았던 만큼 이런 기회를 줄이는 방안 마련이 우선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창규 명지대 교수는 "한국이 고정환율제를 하든, 변동환율제를 하든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는 고통을 겪고 위기가 왔을 것"이라며 "외환을 어느 정도 축적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은행의 단기채무를 감독하는 기능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대근 한양대 교수는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경우 작은 전투에서 이기지만 큰 전투에서 패할 수 있다"며 "외환시장 개입을 최소화할 경우 환율변동이 심해질 우려는 있으나 결국에는 자본흐름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심재훈 기자 jbryoo@yna.co.kr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