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사상 최대 규모의 국채선물 매도에 나서면서 채권값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표물인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8%포인트 오른 연 4.96%를 기록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4.56%로 0.13%포인트 급등했고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 역시 연 5.52%로 0.09%포인트 뛰었다.

국고채 금리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실시간 국고채 종합지수 KEBI(케비)는 이날 0.3481포인트 급락한 100.1282을 기록했다.

국채선물은 외국인의 사상 최대 규모 매도로 가격이 급락했다. 외국인은 이날 2만4217계약을 순매도해 직전 최대치인 2006년 10월24일의 2만532계약을 크게 웃돌았다. 이에 따라 국채선물은 '51틱' 급락한 108.32를 기록했다.

채권시장이 이처럼 약세를 보인 것은 전날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이 총재는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은 국정감사에서 금리 인상폭을 묻는 박병석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과거에 0.25%포인트씩 내렸으니 앞으로도 0.25%포인트씩 올릴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어 "상황에 따라 (인상폭은) 달라질 것"이라면서도 "다만 0.50%포인트 이상 올리기는 좀 부담스럽다"고 덧붙였다.

향후 기준금리가 인상될 경우 상향폭이 0.50%포인트가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함에 따라 외국인들 사이에 대폭적인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는 지적이다.

최근 미국 국채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고,원 · 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외화자금 차입 규제가 강화될 것이란 관측도 채권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데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공동락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의 발언이 통상적인 수준인 데 반해 외국인과 국채선물의 반응은 과도했다"고 평가했다.

채권값은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 총재가 연내 기준금리 인상은 없을 것임을 시사하면서 금리 인상 우려가 수그러들며 강세를 보여왔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