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시장을 전망하면서 '더블딥'(이중침체)을 얘기하는 것은 무리한 가정이다. 경기가 올해처럼 두드러지게 좋아지지는 않겠지만 다시 심각하게 둔화되는 일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블딥이 발생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 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사실 올해 각국 정부는 비정상적인 정책으로 일관했다. 전 세계 경제력의 70%에 해당하는 지역이 정책금리를 연 1% 이하로 낮췄고,전 세계에서 올 한 해 경기부양을 위해 쏟아부은 돈이 우리 돈으로 4000조원에 달했다.

정책은 목적했던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지속되는 속성이 있다. 올해 무리를 하면서 겨우 자리를 잡아놨는데 내년에 더블딥이 온다면 더 큰 희생을 치르더라도 막으려 할 것이다.

다만 정부가 경제를 보는 눈은 시장이 경제를 보는 눈과 다르다. 정부는 내년 성장률이 2~3%로 낮더라도 경제가 확장되고 있으면 문제가 없다고 본다. 반면 시장은 올 4분기 성장률이 4%일 경우 내년은 5%가 되어야만 만족한다. 가능성이 희박한 더블딥을 놓고 설왕설래하기보다는 회복이 지지부진한 양상일 경우 주식시장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더 현실적일 것이다.

코스피지수가 1700대에서 한 번 밀린 후 속도가 떨어졌다. 무엇보다 내년 경제가 느린 회복에 빠질 경우를 시장이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은데,이를 넘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한경닷컴(www.hankyung.com) 증권리더스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