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들이 그간 증시를 주도했던 수출주 비중을 줄이는 대신 내수주로 이동하라는 보고서를 잇따라 내고 있다. 수출주들의 주가는 부담스런 수준까지 올라 있는 반면 내수주는 상대적으로 주가 움직임이 부진했던 데다 향후 금리 상승과 원 · 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실제 이달 들어 외국인들은 통신 은행 보험 음식료 등에 대한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어 내수주들이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는 증시의 대안으로 부각될지 주목된다.

도이체방크는 14일 "최근 내림세를 보이는 원 · 달러 환율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앞으로 1~2개월은 은행과 보험 철강 등 내수주의 비중을 IT와 자동차보다 높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올 연말 원 · 달러환율 전망치를 1180원으로 잡았던 이 증권사는 "원화절상 속도가 예상보다 더 빠르다"며 "내년 1분기 환율이 1100원까지 떨어진다고 가정할 경우 내수주의 비중을 속히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미국 등 다른 선진국들보다 먼저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점도 은행 보험 등 금융주엔 호재로 꼽혔다. 도이체방크는 외환은행 기업은행 CJ제일제당 하이트맥주 한국전력 등을 주요 관심대상으로 제시했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내수주의 높은 이익 안정성에도 후한 점수를 줬다. 크레디리요네증권은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낮은 실업률을 보이는 등 금융위기의 한파 속에서도 탄탄한 소비를 이어갔다"면서 "소비자심리지수가 급속도로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 신세계롯데쇼핑 같은 소매회사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KT&G 역시 관심 대상으로 꼽았고 LG생활건강의 경우 이날 종가보다 20% 높은 30만원을 목표주가로 제시하며 최선호주로 추천했다.

이 같은 긍정적인 평가를 배경으로 실제로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며 주요 내수주들의 몸값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삼성전자(5132억원) 삼성중공업(973억원) 현대모비스(520억원) 등 주요 수출주들을 매도하는 대신 SK텔레콤(1848억원) 신한지주(722억원) 현대건설(504억원) 등을 연일 순매수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말 46.92%에 머물렀던 외국인의 주식보유 비중이 48.76%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주가도 4.1% 올라 1% 남짓 떨어진 코스피지수와 대조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신한지주와 현대건설 역시 이 기간 중 0.7%와 7.1% 오르는 선전을 펼쳤다.

강지연/김재후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