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권(자산운용사)이 코스닥 등 우량 중소형주에 눈을 돌리고 있다. 잇단 환매로 총알이 부족해지자 대형 블루칩보다 가격이 싼 중소형주를 사들여 수익률 관리에 나서는 양상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난 5월 이후 대형주 장세가 펼쳐지면서 블루칩에 가려 상대적으로 덜 오른 중소형주에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은 13일 코스닥시장에서 211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지난 9일부터 3일 연속 순매수세다. 유가증권시장에서 5일째 1조원이 넘는 주식을 팔고 있는 것과는 확연하게 대조된다. 이들의 순매수에 힘입어 코스닥시장은 유가증권시장보다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0.36% 하락한 508.37로 마감해 코스피지수의 하락폭(0.66%)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

자산운용사들의 중소형주 베팅은 최근 들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코스닥시장에서 한 달 만에 순매수세로 전환한 지난달 28일부터 거의 매일 코스닥종목을 사들이고 있다. 이 기간 코스닥시장의 순매수 규모는 500억원에 육박한다.

이에 대해 한 펀드 매니저는 "하반기부터 이어진 대형주 장세가 이번 증시 조정으로 주춤하자 총알이 부족한 펀드들이 자금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수익률 관리에 용이한 우량 중소형주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그동안 많이 오른 대형주에 비해 실적이 좋으면서 주가는 오르지 않은 종목이 매수 대상"이라고 밝혔다.

실제 지난달 28일부터 이날 정규장까지 투신이 많이 사들인 종목으로는 서울반도체(343억원)를 비롯해 CJ오쇼핑(111억원) 동국S&C(104억원) 성광벤드(91억원) 다날(80억원) 태광(73억원) 하나투어(42억원) 등 대부분 실적 호전이 예상되는 종목이다.

증권정보업체에 따르면 서울반도체 CJ오쇼핑 소디프신소재 등은 4분기 예상 영업이익이 올 3분기와 작년 4분기 수준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하나투어도 원 · 달러 환율 하락의 수혜를 볼 종목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주 장세가 시작된 이후 자금이 안 들어온 펀드들이 중소형주부터 털어내면서 이들의 주가가 더 떨어졌다"며 "이에 따라 낙폭이 크고 실적이 좋은 종목들이 대형주와의 주가 갭을 메우는 작업이 한창"이라고 진단했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금융 위기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당분간 증시의 급등락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선 주가 수준이 낮은 종목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며 지금은 코스닥시장이 유가증권시장보다 훨씬 싸다"고 말했다. 그는 "실적이 꾸준히 좋아지는 반도체장비주와 그간 수출주 장세로 소외된 음식료 등 중소형 내수주가 유망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김재후/조재희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