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외국인의 1조원대 대량 선물 매도로 인해 사흘 만에 약세로 밀렸다. 외국인이 주가의 상승 가능성을 낮게 보고 선물 매도를 통해 보유 중인 현물 주식의 위험 관리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12일 6.98포인트(0.42%) 내린 1639.81에 마감했다. 뉴욕 증시 강세에 힘입어 13포인트 상승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외국인의 코스피200 지수선물 매도에 밀리며 곧바로 하락 반전했다. 이날 외국인의 선물 매도 규모는 1조988억원(1만226계약)으로 현물(주식)시장 매도액 521억원을 압도했다. 외국인이 코스피200 선물을 1조원 넘게 순매도한 것은 지난 5월26일(1조1206억원)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은 통상 대형 종목을 매수하면서 시장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해 선물을 파는 경우가 많지만 이 같은 대량 매도는 이례적이란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증시 약세를 예상하고 위험 관리에 나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중호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둔 외국인이 보유한 현물 대신 선물을 팔아 포지션을 재정비하는 것"이라며 "특히 이날 원 · 달러 환율이 오름세를 보이자 환율이 계속 반등할 것에 대비해 손익을 확정짓기 위해 선물을 팔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진단했다.

14일(현지시간) JP모건을 시작으로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미국 금융주들의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부담이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JP모건과는 달리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전통적인 상업은행의 실적 전망이 점차 하향 조정되면서 3분기에 다시 순손실을 낼 것으로 관측된다"며 "이는 트레이딩과 투자은행(IB) 부문의 이익은 그나마 개선되고 있지만 소비자신용이나 주택대출 등 핵심 사업이 여전히 부진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