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체력이 급격히 약화되면서 하루 거래대금이 3개월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3분기 실적 시즌이 개막됐지만 주가에 이미 반영됐다는 인식이 강해 '눈치보기 장세'가 펼쳐지면서 매수주체가 실종된 탓이다. 시장을 이끄는 주도주와 모멘텀도 마땅치 않아 증시는 '3무(無) 장세'에 접어든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시장은 이번 주부터 속속 공개되는 주요 기업의 3분기 실적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을 관망하면서 체력을 축적해 이달 들어 반등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증시가 순항할 경우 다시 재상승을 시도할 것으로 진단했다. 이 경우 20일 이동평균선이 지나는 1660선 돌파가 1차 목표가 될 전망이다.

12일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대금은 4조7540억원으로 집계돼 지난 7월17일(4조5228억원) 이후 처음으로 5조원 아래로 추락했다. 유가증권 거래대금은 지난달 중순 지수가 1700선을 향해 줄달음하는 사이 9조원을 넘기는 등 고공행진했지만 이후 조정장에 접어들면서 크게 위축됐다.

이날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도 1조4692억원에 그쳐 지난 3월20일 이후 거의 7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두 시장의 거래대금 합계는 6조2000억원을 간신히 넘겨 지난 7월3일(5조8569억원)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거래금액이 급감한 것은 수급의 핵심인 외국인이 몸을 사리고 있어서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520억원가량 순매도해 지난 6일부터 매일 순매수와 순매도를 오락가락하는 갈짓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날 금액 기준으로 외국인이 많이 사들인 10개 종목 중 시가총액 10위권에 포함되는 종목은 현대차 하나에만 그쳤다. 예전만큼 대형주를 적극적으로 매수할 만큼 투자심리가 좋지 못하다는 뜻이다.

원 · 달러 환율이 크게 내린 것도 외국인의 주식매수를 주춤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환율이 1200원 아래로 떨어진 지난달 23일 이후 외국인은 매도에 치중하고 있다.

증시 분석가들은 4분기 이후의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외국인이 발을 빼자 시장이 방향성을 잃었다고 분석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분석부장은 "3분기 실적은 우량기업 중심으로 보면 분명 훌륭한 수준이 되겠지만 4분기 실적은 3분기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돼 3분기 실적 발표만으론 1700선을 넘길 수 있는 동력이 되기에 부족하다는 시각이 많다"고 지적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도 "2분기 실적시즌 때 3분기 이후 이익전망치가 빠르게 올라가면서 증시가 랠리를 펼쳤지만 3분기 실적 시즌을 맞은 지금은 실적 상향 조정 움직임이 없다"며 "향후 실적 기대치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반면 3분기 실적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나쁘지 않고 미국의 실물지표가 호조를 보일 경우 예상보다 빨리 반등 시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수가 이달 옵션만기일과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인상 가능성이란 이벤트를 무사히 통과하면서 60일 이동평균선이 지나는 1600선을 지켜 지지력을 확보했다"며 "해외 증시가 안정세를 보일 경우 반등 시도가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김중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금리변수가 사라졌고 외국인의 유동성이 점차 살아난다면 증시의 방향성은 최근 단기조정 이후 기존 추세로 복귀할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