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9일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에 30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연내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란 관측에 외국인이 그동안 부진했던 대형 정보기술(IT)주와 자동차 관련주 등 블루칩을 중심으로 4000억원 넘게 매수한 것이 주효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이 없으면 원 · 달러 환율 하락 추세도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 수출주의 실적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금리 동결로 이날 채권가격도 초강세를 보였다.


◆외국인 선물도 대량 매수

이날 코스피지수는 31.33포인트(1.94%) 상승한 1646.79로 마감하며 이틀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 같은 지수 상승률은 지난달 10일(2.30%) 이후 가장 큰 것이다. 전날 뉴욕증시의 반등 소식에 강세로 출발한 지수는 금통위에서 금리 동결 결정을 내리자 상승폭을 키우며 장중 꾸준하게 우상향 흐름을 지켰다.

증시로 '컴백'한 외국인의 활약이 단연 돋보였다. 외국인은 현물 주식을 4000억원 넘게 사들였고 선물시장에서도 3700억원가량 순매수하며 오랜 만에 지갑을 활짝 열었다.

외국인은 그동안 낙폭이 컸던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현대차(5.42%) 삼성전자(4.86%) 현대모비스(3.25%) LG디스플레이(1.20%) 등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위권에 오른 IT와 자동차 관련주들은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외국인은 LG화학 SK에너지 등 화학 · 정유주와 현대중공업 두산중공업 등 조선 · 기계주들도 담았다.

이 밖에 신한지주(4.21%) 포스코(3.64%) KB금융(1.82%) 등도 상승 대열에 동참했다.

권기중 ABN암로증권 이사는 "호주의 금리 인상으로 출구전략 우려가 불거졌지만 금통위의 금리 동결로 안도감이 확산되면서 외국인의 매수 규모가 다시 커졌다"며 "특히 원화보다 엔화의 절상 속도가 더 빨라 외국인은 한국 수출주의 가격경쟁력이 살아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 · 달러 환율이 이날 연중 최저치로 떨어지긴 했지만 향후 인하 속도는 당초 예상보다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금리 인상은 원화 가치를 높여 환율 인하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기준금리가 동결된 덕분에 환율 하락세는 탄력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IT 자동차 등 수출주의 실적 악화 우려도 상당부분 완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김중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금리 동결로 지수가 1600선에서 지지력을 확보한 만큼 기존 주도주를 중심으로 추가 상승 시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금리 리스크 해소로 외국인이 현 · 선물 시장에서 동시에 순매수에 나서면서 수급이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며 "다음 주 시작되는 3분기 실적시즌 전망도 긍정적이어서 시장은 조정을 마무리하고 다시 상승세로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낙폭이 컸던 대형주와 상품가격 강세의 수혜가 가능한 소재업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다만 변동성이 아직 크다는 점에서 공격적인 대응보다는 단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지적했다.

◆단기 채권시장도 강세 예상

기준금리 동결로 채권시장도 긴박하게 움직였다. 이날 채권시장은 개장 직후만 해도 혼조세를 보였다. 금리 동결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데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 역시 전달과 비슷한 수준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총재가 기자간담회에서 연말까지 기준금리 인상은 없을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 분위기가 급변했다. 국내 국고채 전체의 가격 동향을 나타내는 KEBI(종합국고채지수)는 오전 한때 100.4683까지 떨어졌으나 이 총재의 발언 직후 가파른 상승세를 타면서 전날 대비 0.3204포인트 오른 100.7922에 마감했다. KEBI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국고채 금리는 급락세를 보였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0.11%포인트 빠졌고 5년물 역시 0.04%포인트 하락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이 총재의 이날 발언을 '예기치 못한 선물'로 받아들였다. 윤여삼 대우증권 연구원은 "9월 금통위 이후 채권시장에서는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점치는 사람이 상당수였는데 뜻밖의 호재를 만났다"며 "기준금리 인상 리스크는 일단 연말까지 수면 아래로 잠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 연구원은 따라서 "1,2년물 통화안정증권 같은 단기물을 중심으로 당분간 채권시장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박해영/김동윤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