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금리 인상이 출구전략 우려에 다시 불을 붙였다.

지난 6일 호주가 주요 20개국 가운데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25bp 올렸다. 시장의 예상보다 한달 정도 빠른 시점인데다, G20 정상회담에서 다뤄진 출구전략 시기상조론을 뒤엎는 결정이어서 여파가 컸다.

이에 오는 9일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결정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당장 10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인상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연내 조기 인상에 대해서는 긍정론이 힘을 받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출구전략의 시기상조론을 피력하는 정부와 한은간에 보이지 않은 마찰이 있었던 상황에서 이번 호주의 금리인상은 한은측의 입장을 강화시켜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주의 금리 인상은 저금리에 따른 주택가격 거품 형성을 차단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되고 있다. 호주의 주택가격은 빠르게 상승해 이미 전고점 수준에 근접했기 때문이다.

금리의 본격적인 상승이라기보다는 주택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미세조정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따라서 한국은행 역시 이 같은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주택시장도 최근 가격상승률이 둔화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상승추세다.

한국은행은 이미 지난 9월 금통위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주이환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호주와 마찬가지로 한국도 자국 상황에 맞는 미세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면서 "대출규제의 영향을 받는 은행권과 달리 제2, 제3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은 금리 이외에는 제어할 방편이 마땅치 않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정책공조에 벗어나는 연속적 금리인상은 어려우나, 미세조정 측면에서 연내 한 차례 금리인상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류승선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11월 이후 내년 1분기까지 50bp 정도의 금리인상 가능성은 이전보다 더욱 높아졌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환율과 경기회복이다.

9월 이후 원·달러 환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최근에는 장중 1160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금리를 인상할 경우 원화 강세 기조가 더욱 강하게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공동락 토러스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금리인상 이후 호주달러 가치는 급등했다"면서 "자원부국인 호주와 통화가치 상승으로 인해 수출 경쟁력에 타격을 입을 수 있는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고 전했다.

그는 "연내 인상으로 대변되는 조기 인상 시나리오를 구체화하기에는 경기회복 속도와 환율 등 제약요인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유새롬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금리인상을 단행할 만큼의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시점이 아니라는 점이 금리인상을 주저하게 만들 수 있는 부분"이라며 "이달 금통위에서 지난달에 이어 인상을 좀 더 시사할 수는 있겠지만, 금리인상 단행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