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정책금리 인상이 한국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채권금리는 급등했고 주가와 환율은 비교적 큰 폭으로 떨어졌다. 호주의 금리인상이 주요 20개국(G20) 중 처음이어서 글로벌 출구전략(Exit Strategy)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과 더불어 다음 타자는 한국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탓이다.

6일 채권시장에서 3년만기 국고채 유통수익률은 전날보다 0.1%포인트 뛴 연 4.44%를 기록했으며 5년만기 국고채 금리 역시 0.09%포인트 오른 연 4.84%를 나타냈다.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도 0.01%포인트 상승해 연 2.78%를 기록했다.

코스피지수도 마찬가지 양상이었다. 전날보다 13포인트 이상 올라 1620선으로 출발해 오전장 한때 1626 이상으로 상승했으나 오후 들어 하락세로 반전되더니 결국 1600선을 지키지 못하고 1598.44로 마감했다. 원 · 달러 환율도 외환당국의 하락 속도 조절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날보다 3원40전 내린 1170원30전에 마감됐다.

정부는 호주의 금리인상에 대해 당황해하고 있다. 특히 G20 정상회의에서 출구전략을 시행함에 있어 국제공조를 강조했는데 이번 호주의 금리인상이 국제공조의 파기로 여겨질 수도 있어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호주가 아시아 국가들 못지않게 경기가 빠르게 좋아지고는 있지만 이번 인상은 의외"라며 "호주의 경제상황 관련 데이터를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부의 또다른 관계자는 "국제공조를 한다 하더라도 나라마다 사정이 다른 만큼 시기나 방식은 각국에 맡길 수밖에 없다"며 "이는 지난달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도 논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호주에 이어 인도와 한국이 정책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는 G20 국가로 보고 있다. 두부리 수바라오 인도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달 초 "인도의 인플레 우려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다른 나라보다 빨리 출구전략에 대한 결정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은행은 호주의 금리인상에 대해 한은의 입지가 넓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로 인해 영향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기준금리를 인상할지 말지,인상한다면 언제 어느 정도로 올릴지 등은 우리의 경기상황과 물가,자산가격 움직임 등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단 오는 9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은이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서철수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한은이 3분기 경제상황을 살펴보겠다고 했는데 그 지표가 이달 하순께 나올 예정인 데다 최근 집값 오름세가 둔화됐고 주가가 내리는 등 상황이 좀 바뀌었다"고 말했다. 서 연구위원은 그러나 "호주가 금리인상을 결정한 배경으로 부동산가격 상승을 내세웠는데 이 때문에 한은이 올해 중 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은 금리인상 등 출구전략을 쓰려면 멀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미국은 지난 6월부터 상당수 지표들이 호전되기 시작했지만 9월 말 발표된 실업률이 9.8%로 26년 만에 최악으로 나타나자 우려가 다시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모기지 채권 매입을 당초 올 연말에서 내년 3월 말까지로 늦춘 것은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FRB는 아직까지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유로화를 쓰는 유로존이나 영국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달 말 유럽의회에 출석,"아직 위기가 끝났다고 말할 시점이 아니며 출구전략을 쓸 때도 아니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박준동/정종태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