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맞은 여의도 증권가의 분위기가 한결 밝아졌다. 주가가 지난해 10월 금융위기 이전의 수준을 회복해 한시름 덜게 됐기 때문이다.

각 증권사 일선지점 직원들은 1일 "주가가 '추풍낙엽'을 방불케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가족 친지들의 따가운 눈총을 피할 수 있게 돼 짧은 연휴지만 마음은 편하다"며 "역시 주식시장은 '새옹지마'란 말처럼 변화무쌍하다는 점을 실감한다"고 입을 모았다.

리서치센터에 근무하는 새내기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1년간 주식시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삼라만상'을 모두 겪었다"면서 "아무쪼록 이번 추석 연휴엔 작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신청같은 돌발악재가 튀어 나오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증시가 1700선을 돌파한 지난달 중순 이후 상승세가 꺾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증권맨들의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추석연휴 동안 '가을에 추수한 곡식을 겨울에 간수한다'는 뜻의 '추수동장'(秋收冬藏) 투자전략을 구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요 국가에서 올 4분기 말부터 내년 1분기까지 출구전략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지금까지 거둔 투자수익을 지키면서 겨울을 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현재 장세를 깃과 날개가 모두 자랐다는 의미의 '우익이성'(羽翼已成)이란 사자성어로 표현했다. 이 연구원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그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재평가를 통해 날개를 달아 국내 증시가 성숙해 졌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올해 증시 상승세는 이쯤에서 끝날 때가 됐다는 의미에서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까지 강세장을 이끌어왔던 주요 기업들의 이익 모멘텀과 외국인 매수세가 정점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보여 4분기 증시에 대한 기대치는 다소 낮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깊이 생각하면 의심만 많아지게 되므로 생각하되 너무 깊게 생각지 말라'는 뜻을 가진 고려시대 문인 이규보의 잠언 '사지물심 심즉다의'(思之勿深 深則多疑)를 인용하며 반론을 폈다. 그는 "국내 증시는 여타 이머징 증시에 비해 여전히 저평가돼 있고 외국인들의 매수세도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긍정적인 부분도 적지 않다"며 이 잠언을 되새기라고 조언했다. 추석 이후에 대한 괜한 고민으로 연휴를 망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