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물밀듯이 들어오던 외국인 자금이 지난주 이후 주춤거리는 것을 계기로 일부 비관론자들이 '서든 스톱'(Sudden stop) 가능성을 제기해 눈길을 끌고 있다.

서든 스톱이란 당초 예상치 못한 대내외 요인이 발생해 그때까지 잘 들어오던 외국인 자금이 갑작스럽게 중단되고 곧이어 대규모 유출로 이어지는 사태로,한마디로 '중도이탈' 가능성을 말한다. 서든 스톱이 발생하면 외환과 금융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실물경기마저 침체될 경우 서든 스톱을 지속시키는 국면으로 악화될 수도 있다.

주요국의 경험적 사례를 보면 서든 스톱이 발생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외환위기 금융위기 또는 국가채무 위기 등 다양한 형태의 위기로 발전됐다. 1997년 태국의 바트화 사태를 계기로 한국 등이 겪었던 아시아 외환위기가 대표적인 예다.

서든 스톱은 경제 기초여건과 같은 내부 요인과 글로벌 금융시장 여건 등 외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특히 글로벌화가 급진전된 1990년대 후반 이후 한국과 같은 신흥시장국들은 '태생적 한계' 때문에 내부보다 외부 요인에 의해 서든 스톱이 자주 발생하는 점이 눈에 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3년 혹은 10년 주기설'을 토대로 볼 때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불과 1년이 조금 지난 시점임을 감안하면 당분간 외부 요인에 의해 서든 스톱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대신 외국인 자금이 집중적으로 들어온 한국과 같은 아시아 신흥국에서 서든 스톱이 발생할 가능성은 이들 국가의 내부 요인에 의해 제공될 소지가 큰 상태다.

현 시점에서 잘 들어오던 외국인 자금이 갑작스럽게 중단되고 대규모 이탈로 이어질 경우 국내 금융시장은 일대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가능성을 우리 내부에서 찾는다면 올 들어 들어온 외국인 자금의 60% 정도가 중장기성 자금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 경제가 침체되거나 외환보유액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때 우선적으로 발생할 소지가 높다.

또 이달에 들어온 외국인 자금의 상당액은 금리차와 환차익을 겨냥한 '캐리 자금'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금리가 낮아져 캐리자금 원천국가와의 금리차가 역전되거나 원화 가치가 고평가되면 서든 스톱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달러캐리 자금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는 미국과의 금리차와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고평가 여부를 주목해야 한다.

다행히 대부분의 예측기관은 우리경제를 밝게 보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 'V'자형 회복을 점치는 기관이 나오기도 한다. 외화유동성 문제도 우리 내부에서 3000억달러에 도달할 때까지 더 쌓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현 2400억달러대의 외환보유액은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국제 시각이다.

국내금리도 비록 기준금리가 올 2월 이후 동결되고 있지만 시중금리는 빠르게 올라 한국에 들어온 캐리자금 원천국가의 금리보다 높고 갈수록 벌어지는 추세다. 원화 가치도 적정 수준이 1150원 내외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원 · 달러 환율이 급락하고 있지만 현 1180~1190원대의 환율 수준은 여전히 저평가된 상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최근 외국인 자금 유입이 주춤거리면서 제기되는 서든 스톱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우리처럼 외환위기를 한번 경험한 국가의 입장에서는 최근처럼 외국인 자금이 많이 유입될수록 상황이 바뀌어 언제 어느 순간에나 발생할 수 있는 서든 스톱 가능성에 대비해 놓아야 한다.

여러 가지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해외 시각대로 실물경기를 회복시키고 외환보유액을 더 쌓거나 통화스와프 협정체결 등을 통한 인접 국가와의 공조채널을 강화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또 캐리자금 원천국가와의 금리차를 유지하거나 원화 가치가 갑작스럽게 고평가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환율의 하락 속도를 조절해나갈 필요가 있다.

국민들의 자세도 중요하다. 이번 위기 과정에서 비관론자들이 보여준 것처럼 외국인 자금이 주춤한 것을 마치 서든 스톱이 발생하는 것으로 해석하거나 이런 시각에 부화뇌동할 경우 서든 스톱은 실제로 발생하고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