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말을 앞두고 기관투자가들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보유 중인 일부 대형주의 종가를 끌어올리는 '윈도 드레싱'에 잇달아 나서고 있다. 윈도 드레싱이란 기관들이 분기 말이나 결산기에 맞춰 운용하는 펀드의 수익률 제고를 위해 펀드에서 보유하고 있는 특정 종목을 집중적으로 사들여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을 말한다.

지난주 연일 윈도 드레싱으로 추정되는 주가 흐름이 포착된 데 이어 이번 주에도 적극적인 윈도 드레싱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의 매수세가 주춤해진 가운데 기관들의 윈도 드레싱이 수급 개선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일시적으로 종가를 끌어올리는 매수세가 중단되면 낙폭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주 연일 윈도 드레싱 감지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주에 기관들은 펀드 환매로 인해 시장 전체적으로는 순매도를 지속하면서도 일부 대형주를 중심으로 윈도 드레싱을 보인 것으로 관측됐다.

삼성전기 삼성테크윈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LG화학 SK에너지 SK케미칼 메리츠화재 LIG손해보험 LS LS산전 등이 주요 타깃이었다. 이들 종목에선 연일 장 막판 주가가 고개를 드는 현상이 확인됐다. 이튿날 해당 종목의 주가가 빠지면 오후 2시쯤이나 장 마감 동시호가 직전에 주가를 끌어올리는 일이 반복됐다는 전언이다.

특히 SK에너지 기아차 삼성전기 현대모비스 등은 기관 순매수가 지속되면서 지난 주말까지 4일간 주가가 올랐다. 기아차의 경우 25일 장 막판 1시간 동안 당일 상승률(3.78%)의 절반 수준인 1.85%포인트 상승했다. 삼성전기는 24일 마지막 1시간에 2.40%포인트 반등하며 오름세로 돌아서 0.47% 상승으로 끝났다.

LS산전 SK케미칼 삼성테크윈 등의 경우에도 사흘 정도 윈도 드레싱으로 보이는 주가 움직임이 나타났다는 진단이다. SK케미칼은 23일 30만주 규모의 자사주가 대형 자산운용사들에 넘어가면서 윈도 드레싱이 뚜렷해졌다. 당일 마지막 30분 동안 1.06%포인트 올라 4.72% 상승한 채 마감했다.

지난주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들이 많이 사들인 종목엔 윈도 드레싱으로 추정되는 종목이 대거 포함됐다. SK에너지가 기관 순매수 1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기아차 현대모비스 SK케미칼 등이 나란히 2~4위를 차지했다. 이어 삼성전기와 삼성테크윈이 6위와 7위였다. 이들 종목은 지난주에 모두 10% 넘게 올랐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에도 기관들의 수익률 관리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오는 30일엔 기관 매수를 겨냥한 단타 매매가 나타날 것을 경계해 기관들이 윈도 드레싱을 꺼릴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수급 개선 기여 전망

이들 종목에 대한 윈도 드레싱은 대형 자산운용사나 매매 회전율이 높은 자산운용사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중견 펀드매니저는 "몇몇 운용사들이 드러내놓고 종가를 관리하는 상황이 눈에 띄고 있다"며 "이를 통해 해당 종목들이 주도주라는 사실을 확실히 각인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시장이 빠질 때도 윈도 드레싱 대상 종목들은 주가가 오르기 때문에 다른 기관들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종목들에 대해 섣불리 차익 실현했다가는 판 뒤에 주가가 더 올라 시장을 따라잡지 못할 수도 있어 여타 기관들도 매도를 자제함에 따라 주가가 더 뛰는 형국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윈도 드레싱이 수급 개선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분기 말을 앞두고 일부 기관이 수익률 관리에 나서는 경우가 있다"며 "특히 이번엔 외국인 매수세가 주춤한 상황에서 윈도 드레싱이 나타나 수급에 도움을 주면서 전반적인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는 것을 막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대부분 실적 개선이 뚜렷한 우량 종목들이 윈도 드레싱의 대상이 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편에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장 막판에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은 시장을 왜곡하는 것이고,이 같은 종가 관리가 끝나게 되면 주가 낙폭도 커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