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순매도로 돌아서면서 증시가 사흘째 조정을 받았다. 단기 급등으로 부담을 느낀 외국인이 일시적으로 차익을 실현하며 숨을 고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코스피지수는 2.40포인트(0.14%) 떨어진 1691.48로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 공세에 한때 1662선까지 밀리기도 했지만 개인이 4400억원 이상 순매수에 나서며 하락폭을 줄였다.

이날 외국인이 차익 실현한 종목 중 상당수는 개인이 받아가며 손바뀜이 일어났다. 외국인이 집중 매도한 SK에너지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화재 현대중공업 현대제철 등은 개인 순매수 상위에 올랐다.

이달 10일부터 23일까지 하루 평균 5000억원 이상 공격적으로 순매수했던 외국인은 24일부터 이틀째 매도 우위로 돌아서며 속도 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양경식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유동성 축소에 대한 우려로 미국 증시가 이틀째 약세를 보이자 외국인이 순매도로 돌아서 코스피지수도 주춤한 상태"라며 "일부 차익을 실현했지만 투자전략상의 변화는 눈에 띄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특히 주요 20개국(G20) 회담에서 각국이 출구전략을 글로벌 공조체제로 진행할 것이란 소식이 나오고 있어 외국인의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한편 전 세계 펀드 동향을 제공하는 이머징포트폴리오닷컴에 따르면 지난 23일까지 1주일간 한국에 투자하는 4개 글로벌펀드로 1년9개월 만에 최대 규모의 자금이 유입됐다. 이들 자금이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국지수 편입을 전후해 공격적으로 한국 주식을 사들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1주일 동안 글로벌 증시에 투자하는 인터내셔널펀드와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글로벌이머징마켓(GEM)펀드로 20억달러대의 자금이 들어오는 등 4개 글로벌펀드로 46억7000만달러(약 5조6000억원)가 순유입됐다. 이는 2007년 12월 둘째주에 74억달러 순유입된 이후 주간 기준으로 최대 규모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후반과 이번 주 초에 걸쳐 외국인은 3조원 넘게 순매수했다"며 "영국을 비롯한 유럽계 자금은 FTSE 선진국지수 편입과 연관된 것이지만 미국계 자금은 이 같은 해외투자 펀드 자금의 대규모 유입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한주간 대규모 자금이 들어온 다음 주에는 잠시 유입 규모가 주춤해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박해영/서정환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