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투자 성격이 강한 유럽계 롱텀펀드들이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국지수 편입을 계기로 국내 증시로 본격 유입되고 있다. 실제 22일 스위스계 증권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을 창구로 삼성전자 포스코 KB금융 신한지주 등 블루칩(대형 우량주) 매수 주문이 대거 쏟아졌다.

이 같은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코스피지수는 '3전4기' 끝에 1700선을 탈환했다. 외국인은 정보기술(IT) 자동차 은행 등 증시 주도주에 대한 선호를 강하게 드러냈다. 이에 따라 대형주 200종목으로 구성된 코스피200지수(1.54%)가 코스피지수(1.38%)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주도주를 비롯한 대형주 선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FTSE 선진국지수에 들어간 만큼 선진국 평균에 비해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 대형주가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1년3개월 만에 1700선 회복

이날 외국인은 장이 열리자마자 '사자'에 나서 장 마감 때까지 매수세를 키우며 유가증권시장에서 5273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로써 이달 4일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13일째 순매수를 지속했다. FTSE 선진국지수 정식 편입일인 전날(1873억원)보다 2배가 넘는 순매수를 보인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FTSE 효과의 약발이 이어져 외국인이 매수세를 키운 덕분에 코스피지수는 작년 6월20일(1731.00) 이후 1년3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으며 1700선을 회복했다. 한때 1720선까지 치솟은 뒤 23.38포인트(1.38%) 뛴 1718.88에 장을 마쳤다.

이날 증시에선 CS증권이 단연 관심거리였다. 이 증권사 창구를 통해 삼성전자에 9만여주의 매수 주문이 몰린 것을 비롯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 가운데 절반 이상 종목의 매수 주문 상위 창구를 CS증권이 차지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FTSE 편입효과로 그동안 한국 주식을 꾸준히 사오던 유럽계 롱텀펀드 자금이 매수세를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계 외국인들의 국내시장 순매수 규모가 지난 7월 1조7141억원에서 지난달엔 3654억원으로 주춤했지만 이달 들어 다시 크게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FTSE 선진국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의 매수세라는 분석도 나왔다. 김경덕 메릴린치 전무는 "인덱스펀드가 추가로 들어온 대규모 자금으로 투자에 나서기 위해 이미 보유 중인 한국 주식을 더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외국인 주도주 관심 지속 전망


FTSE 선진국지수에 공식 편입된 후 이틀간 외국인은 증시 주도주로 꼽히는 IT 자동차 은행 등에 대한 선호를 분명히 했다. 이 기간 외국인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 가운데 절반이 이들 종목이었다.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1030억원어치 사들인 것을 비롯 LG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현대차 기아차 글로비스 KB금융 우리금융 등에 매수세를 집중시켰다.

외국인은 계속해서 주도주를 매수 타깃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IT와 자동차 등 수출주는 원 · 달러 환율이 1100원대로 떨어져도 단기간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질 수는 있지만 곧바로 대기 매수세가 유입될 것이란 관측이다.

김 전무는 "주도주 가운데 수출주가 앞으로도 투자자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을 것"이라며 "4분기가 시작되면 전 세계 펀드매니저들은 내년 투자계획을 짜는데,아무리 살펴봐도 한국 수출주만큼 성장세가 기대되는 게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LG전자의 경우 4분기 실적 개선세 둔화 우려가 불거졌지만 11만원대로 들어오면 사겠다는 투자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여 주가가 거기까지 빠지긴 어려워 보인다"고 귀띔했다. LG전자는 이날 저가 매수세가 몰려 1.58% 오른 12만8500원에 마감했다.

한편 현대증권은 선진국 증시 평균 PER인 15배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업종 대표 저평가 종목으로 롯데삼강 풍산 호남석유화학 대림산업 SK에너지 동국제강 태광 성광벤드 에쓰오일 LG상사 효성 현대백화점 롯데쇼핑 등을 꼽았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