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국지수 편입 첫날인 21일 외국인은 1800억원이 넘는 주식을 사들이며 국내 증시에 대한 '사자' 행진을 이어갔다. 다만 지수 편입에 앞서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을 대거 매집했던 지난주와 달리 건설과 기계 통신 등 상대적으로 덜 오른 업종 대표주로 다시 매수세를 확산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선진국지수 편입 이후에도 상대적으로 빠른 경기 회복 등을 배경으로 외국인의 순매수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12일째 매수 우위속 순환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운수장비(544억원)와 통신(256억원) 기계(255억원) 등을 중심으로 모두 1873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 한 주간 3조6878억원어치를 사들여 하루평균 순매수 규모가 7375억원이었던 데 비해선 크게 줄었지만 12거래일 연속 매수 우위를 이어갔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지난 18일 종가 기준으로 이날 지수 편입 비중이 결정되고 이에 앞서 이미 상당 부분 한국 주식 비중을 채워놨다는 점에서 매수 규모 감소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것"이라며 "순매수 금액이 생각보다 크게 줄지 않았다는 것은 오히려 뒤늦게 매수에 가담하는 세력도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도 삼성전자(200억원)와 현대차(153억원) 포스코(119억원) 등 주요 블루칩들이 외국인 순매수 상위를 차지해 종목보다 시장 전체에 대한 매수세가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시켜줬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 외국인은 NHN(236억원)과 현대건설(222억원)도 많이 사들였다. 크레디리요네증권은 이날 NHN에 대해 "3분기 실적은 다소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나 현 주가는 매수하기에 적당한 수준"이라며 긍정적인 분석을 내놨다.

현대건설 역시 올 4분기부터 해외 수주가 본격화되면서 주가 상승폭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외국인의 관심이 집중됐다. 외국인은 SK텔레콤두산인프라코어 현대중공업 등도 각각 100억원 이상 순매수했다.

민상일 이트레이드 연구원은 "선진국지수 편입이 마무리되면서 외국인이 가격 매력이 있는 개별 종목으로 포트폴리오 구성을 다변화하는 순환매에 다시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황창중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지난 주말 대거 유입됐던 비차익 매수세가 급감했다는 점에서 지수 변경과 관련된 포트폴리오 조정은 한 차례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실제로 지수에 편입되는 종목이 결정된 후 개별 종목별로 비중을 조절하는 움직임이 잇따를 전망"이라고 밝혔다.

◆달러화 환산 체감지수 아직

외국인이 느끼는 체감지수가 국내 투자자들에 비해 여전히 낮은 만큼 외국인의 매수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원화 기준으로 코스피지수는 2007년 고점과 비교해 85%가량 회복된 상태지만 달러화 기준으로는 여전히 66% 선에 머물고 있다"며 "이는 추가 상승에 대한 외국인의 심리적인 부담감이 국내 투자자들에 비해 훨씬 덜하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김 팀장은 "한국의 경기선행지수는 101.2로 29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4번째로 높은 수준"이라며 "경기 회복 속도를 감안하더라도 외국인은 신흥시장,특히 한국 비중을 적극적으로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FTSE 선진국지수 편입 효과는 아직 끝난 게 아니라는 진단도 나온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FTSE지수를 추종하는 유럽계 자금은 조세회피지역 자금과 함께 경기 회복에 따른 '모멘텀 플레이'를 하는 성향이 강하다"면서 "글로벌 경기가 이제 바닥에서 조금 올라왔을 뿐이란 점에서 FTSE 선진국지수 편입에 따른 유럽계 자금의 유입은 추가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 세계적인 경기 회복으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만큼 외국인이 일시적으로 차익 실현에 나설 가능성은 있지만 순매수 기조 자체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