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사흘째 1700선 회복을 시도했다. 꾸준한 외국인 순매수에도 불구하고 기관 매물이 쏟아지면서 뒷심이 부족해 1600대로 다시 주저앉는 상황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이번 주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칠 대형 이벤트를 '지켜보자'는 신중한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21일 코스피지수는 4.21포인트(0.25%) 내린 1695.50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 매수세로 장 초반 1709선까지 치솟았던 지수는 기관 매물이 3000억원 넘게 쏟아지면서 하락 반전했다. 지난 17일과 18일에도 장중에 각각 1704와 1713선을 찍었지만 장 마감 때까지 1700선을 지켜내지 못했다.

최재식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수가 지난 주말까지 나흘 연속 오르면서 1700선 회복을 타진했기 때문에 이날 하락은 숨고르기로 볼 수 있다"며 "특히 FOMC와 G20의 결과를 확인하려는 심리가 강해져 소폭 조정 국면을 보인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증시 주도주로 꼽히는 정보기술(IT)과 자동차,은행주 등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지수가 탄력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0.99% 내린 79만8000원에 마감해 사흘 만에 80만원 선을 내줬다. 삼성전기와 삼성SDI도 각각 4일과 3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현대차 역시 사흘째 내렸다. 또 은행업종지수는 이날 1.51% 빠져 유가증권시장 업종 가운데 가장 높은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주도주가 쉬어가는 모습이지만 증시 하락을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연구원은 "원 · 달러 환율 움직임이 안정적이고 경기 회복세에도 별다른 이상 신호가 없는 등 특별한 하락 요인이 없다"며 "FOMC와 G20 결과도 증시 상승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추가 하락보다는 상승 지속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IT와 자동차가 뛰어난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주도주 역할을 지속할 전망인 데다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주도 지수 상승에 가세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증시가 단기 상승 부담에도 불구하고 상승흐름을 좀더 이어가겠지만 9~10월에 올해 고점을 찍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3분기 실적시즌이 시장의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1700선 이상에선 공격적인 매수보다는 현금 비중을 어느 정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