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정규장 마감을 앞둔 10분간의 동시호가 시간에 6100억원어치의 주식을 대량 매입해 관심이다. 오는 21일 코스피지수의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국지수 편입을 앞두고 프로그램 비차익 거래를 통해 특정 종목이 아닌 지수를 종가 기준으로 서둘러 매입했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은 1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동시호가와 시간외 거래 매입분을 포함해 1조4193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는 2007년 10월11일 1조6448억원을 사들인 이후 최고치로 역대 두 번째 기록이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정보기술(IT) 자동차주를 주로 사들이던 외국인이 내주 FTSE 선진지수 편입을 앞두고 종가에 비차익거래로 국내 편입 비중을 대거 늘린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최근 외국인 순매수와 함께 프로그램 비차익거래 매수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연계된 선물 · 옵션 주문 없이 15개 이상의 종목을 바스켓으로 묶어 주문하면 프로그램 비차익거래로 잡힌다. 실제 이날 장 마감인 오후 3시께 외국인 순매수 금액이 7630억원에서 1조3765억원으로 6135억원 급증하면서 비차익 순매수 금액도 순식간에 5578억원에서 1조600억원으로 치솟았다.

이날 외국인이 조금이라도 국내 주식을 싸게 매입하기 위해 일부러 선물지수를 끌어내렸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선물시장에서 줄곧 순매수를 보이던 외국인이 2시33분부터 갑자기 순매도로 돌아서 이날 4658억원 순매도로 마감한 데 따른 해석이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수를 싸게 사기 위해 선물을 정리하면서 가격을 조절한 것"이라며 "실제로 이때부터 프로그램 매물이 많아지며 증시 상승폭이 둔화됐다"고 진단했다.

외국인이 연일 대량 순매수를 보인 데는 환율 하락세가 한몫했다는 진단도 나온다. 서준혁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FTSE 편입과 관계없는 대만시장에서도 외국인이 최근 보름 동안 국내 증시보다 많은 5조원 가까이 순매수한 점을 감안할 때 환율 하락에 베팅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날 기관투자가들은 역대 최대치인 1조981억원을 순매도하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며 외국인과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조진형/김재후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