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주가가 연일 상승하며 올들어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주가 수준(32만원대)까지 회복한 것이다.

경기회복으로 내수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데다가 추석 명절을 앞두고 상품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기대감이 시장에 확산되면서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백화점 시장점유율(42.7%, 2008년말 기준) 1위를 차지하고 있어 소비경기 회복의 수혜주로도 꼽히고 있다.

그러나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롯데쇼핑 주가가 더 이상 오르지 못할 것이라는 증권업계 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할인점이 부진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고, 연말쯤 '출구전략' 등에 따라 소비개선 강도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악재다.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이 높은 수준이어서 주가상승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9월 상승률 15%…15개월 만에 '최고가'

17일 롯데쇼핑 주가는 작년 6월 이후 15개월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롯데쇼핑은 오후 1시16분 현재 전날대비 1.10% 오른 32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한때 32만5000원을 기록하며 1년(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이 회사 주가는 이달 들어서만 15% 가량 뛰었다. 9월 첫 매매일 이후 14거래일 동안 단 4거래일을 제외하고는 날마다 상승한 것이다.

주가를 끌어올린 주요 매수 주체는 기관투자자다. 기관은 이달들어 전날(16일)까지 약 287억원 어치 롯데쇼핑 주식을 샀다. 외국인(26억원)과 비교하면 제법 큰 순매수 규모다.

최근 주가상승에 힘입어 시가총액(시총)도 10조원대 회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현재 9조3500억원을 넘어섰다. 롯데쇼핑의 시총은 금융위기 이후 한때 3조원대(2008년 10월말)까지 추락하기도 했었다.

◆사실상 '매도' 의견 나와…"할인점 성장 부진"

롯데쇼핑은 얼마나 더 오를 수 있을까. 증시전문가들은 '사실상 고점'이라며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을 권한다. 추가 상승 전망에 부정적인 것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이날 분석보고서를 통해 적정주가(12개월)를 30만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전날(31만8500원, 종가기준)보다도 낮은 가격으로 '사실상 매도'의견과 다름없다.

이 증권사는 "백화점의 성장세가 양호해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컨센서스(1670억원)에 약간 밑돌 것으로 보여 대체로 부합하는 수준"이라면서도 " 할인점의 성장세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롯데쇼핑의 전년대비 할인점 성장세는 7월에 -5.0%, 8월 -1.1%에 이어 9월에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 이 증권사는 "경기 영향에 따른 중·저소득층의 소비 부진, 업체내 경쟁 및 상품 중복 등이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롯데쇼핑의 할인점 부문은 총 매출액 중 38.5%(2008년 12월말 사업보고서 기준)를 차지하는 중요한 사업 부문이다. 할인점인 롯데마트의 작년 시장점유율은 14.9%를 기록했다.

하이투자증권도 최근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지만, 중기적으로는 보수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 증권사는 "4분기 이후 '출구전략' 등 영향으로 소비개선 강도가 약해질 수 있다"며 "수급 측면에서도 글로벌 유통업체 대비 낮지 않은 밸류에이션으로 외국인의 매수 유입에 따른 주가상승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판단했다.

NH투자증권도 롯데쇼핑의 6개월 목표주가를 32만원으로 유지해 사실상 '고점'이라는 인식을 투자자들에게 심어줬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