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 선진국시장으로 가는 단계"

코스피지수가 장중 1,700선마저 돌파한 17일 펀드매니저들은 주식시장의 추가 상승에 무게를 두면서도 현 시점에서 추격 매수는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주요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들이 "더 간다"고 말하는 배경은 단연 외국인의 '이유 있는' 한국 주식 순매수.
FTSE 선진국 지수 편입으로 외국인이 가장 경계하는 변동성이 줄어든데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글로벌 플레이어의 약진에 따라 한국증시도 선진국 프리미엄을 받을 만하다는 공감대가 커져가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주식 순매수가 더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대표는 "더블딥, 출구전략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향후 전망을 두고 혼란이 일던 1,650선이 중요했는데, 외국인이 강하게 사면서 1,650을 단숨에 돌파했고 한국증시에 대한 불신은 사라졌다"며 "지금 외국인은 아시아, 특히 한국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일본 자금마저 한국시장을 살펴보는 등 관심 폭이 넓어지고 있다"며 "한국증시가 디스카운트 시장에서 프리미엄을 받는 선진국시장으로 가는 단계"라고 평가했다.

마이애셋자산운용 한상수 본부장은 "달러 유동성이 공급되면서 비달러화 자산으로 옮겨타는 추세에서 한국증시가 크게 혜택을 입었다"며 "외부적으로 금융위기를 빨리 극복한 점 외에도 내부적으로 대기업이 국가보다 더 빨리 회복해 자생력이 생겼다는 점이 외국인의 매수 지속을 예상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한 본부장은 "현재는 수급과 펀더멘털이 뒷받침되는 장"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급하게 올라온 만큼 향후 상승 탄력이 둔화될 수 있는 점은 펀드매니저들도 걱정하는 부분이다.

기관들은 밀려드는 환매 외에도 급하게 오른 지수 때문에 펀드의 주식 비중 조절을 위해 주식을 내다 팔아야 했다.

한국밸류운용 이채원 부사장은 "분위기는 좋지만 상승 속도나 폭이 가팔라서 우려가 있다"며 "시스템 위기가 지나간 만큼 급락은 없겠지만 소폭 조정이 있을 수 있어 포트폴리오 재조정의 기회로 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 부사장은 "지나치게 주식 비중이 높은 사람은 상승장에서 줄이는 게 맞고, 주식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조정이 나오면 사는 등 분균형 상태를 해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NH-CA자산운용 김영준 본부장은 "상승 분위기는 지속되겠지만, 하반기나 내년으로 가면서 상반기에 풀어놨던 자금을 회수해야 해서 이제부터는 점점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며 "1,800에 간다는 전망도 있지만 그 뒤에는 조정이 있다는 얘기어서 5~6% 더 먹기 위해 적극적으로 매매하기보다는 적당한 선에서 수익률 관리에 나설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대표도 "1,700은 펀더멘털을 충분히 반영한 지수대여서 단기적으로 1,700 이상은 과열국면으로 본다"며 "1,700 이상에서 추격매수는 삼가고, 신규 매수자는 기다리며 주식 보유자는 분할 매도로 접근하라"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곽세연 기자 ksye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