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가 증시 재상장을 위한 공모를 다음 달로 연기했다. 당초 이달 20~21일로 예정됐던 일반투자자 청약에 앞서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가격이 4만6000원 안팎에 그쳐 회사 측 희망가격인 5만4000~6만원에 크게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진로 측은 희망 공모가를 4만5000~5만원으로 16.6% 낮춰 다음 달 일반 청약을 거쳐 상장키로 계획을 수정했다.

진로는 17일 당초 오는 30일로 예정됐던 유가증권시장 상장일을 내달 19일로 3주가량 늦추는 내용의 정정 증권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오는 21~22일로 잡혔던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일정도 다음 달 8~9일로 연기됐다. 희망 공모가격 밴드는 기존 5만4000원~6만원에서 4만5000원~5만원으로 낮춰졌다. 회사 측은 이달 28~29일 기관 대상의 수요예측을 다시 실시해 공모가를 확정할 계획이다. 국내 기업공개(IPO)에서 기관 수요예측을 두 번 실시하는 것은 아주 이례적이다.

진로 측은 이날 "지난 14~15일 국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외국인투자자들이 신고서의 일부 내용이 누락돼 있다고 문제를 제기해 상장을 연기했다"고 밝혔다. 수요예측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자사주 소각 및 배당 50% 예정'이란 내용이 신고서에 기재되지 않아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진로의 공모가격이 회사 기대치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이 상장이 연기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기관들은 수요예측과정에서 전체 공모물량의 60% 정도인 배정물량에 대해 희망가격 하단(5만4000원)을 크게 밑도는 4만6000원 수준에서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증시에서 진로 대주주인 하이트홀딩스 주가는 3만3600원으로 10.04% 급락했다. 기관들이 제시한 가격이 크게 낮은 만큼 공모가 인하가 불가피해 재무적 투자자(FI)의 풋백옵션과 관련한 하이트 측의 재무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트 측은 당초 진로 상장을 통해 FI들인 교직원공제회와 군인공제회 지분 1356만주를 모두 매각해 공모가와 풋백옵션 가격(약 6만원)과의 차이를 보존해주기로 했었다"며 "공모가격이 1만원가량 하향 조정되면 하이트가 부담해야 하는 재무비용이 최대 1300억원가량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