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하락이라는 호재에 힘입어 대한항공 주가가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17일 대한항공은 전날보다 2.94% 오른 4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3거래일 연속 상승한 대한항공은 장중 4만975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최근 이어지고 있는 원·달러 환율 하락이 대한항공 주가에 날개를 달아준 것으로 분석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0.54% 내린 1204.80원으로 장을 마감, 3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연저점을 갈아치웠다.

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은 64억원 증가하게 되고, 세전이익은 596억원 늘어나게 된다.

대한항공이 53억2000만달러의 순달러부채를 보유하고 있고, 제반 비용의 절반가량을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이다. 또한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서 여행 수요 등이 늘어나면 항공 수요 역시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엄경아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대한항공의 비용 가운데 50%이상이 외화로 결제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하락이 투자심리에 긍정적"이라며 "특히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여행경비 인하 효과로 인해 수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은경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인천공항 국제여객이 전년 동월 대비 2.3% 증가, 18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며 "앞으로도 증가세가 이어질 수 있을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화물 부문의 경우 인천공항 화물 운송 실적은 지난 7월 전년 동월 대비 5.7% 줄었지만 지난달의 경우 -4.9%를 기록, 감소 폭이 점차 축소되고 있다. 대한항공의 화물 수송도 지난달 2.1% 감소하는 데 그쳐 상반기보다 화물 운송 추이가 비교적 개선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신민석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항공화물이 지난해 7월부터 감소세를 나타낸 점을 고려하면 오는 4분기에는 기저효과에 힘입어 증가세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최근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이에 따라 3분기에는 대한항공의 영업실적이 전 분기 대비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대한항공 3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액 2조6144억원, 영업이익 2088억원, 당기순이익 1956억원이다.

이 같은 투자 포인트들이 외국인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달 들어 지난 16일까지 외국인투자자들은 거래일 기준으로 2일 만을 제외하고 대한항공 주식 순매수에 나섰다. 전일까지 집계된 순매수 규모는 839억원이다.

다만 화물 부문의 더딘 회복세 등에 비춰 실적 개선에 아직 걸림돌이 남아있다는 우려도 있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 지난 7월 달러기준 여객 일드(Yield·1㎞당 유상승객 지불액)가 전년 동월 대비 32% 줄었고, 화물 부문의 경우 7∼8월 일드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다"며 "수요 회복은 긍정적이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아시아권역 항공사들의 경쟁 격화와 항공기 공급 증가로 인해 일드가 회복되는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