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이틀 연속 연저점을 경신했다. 사흘째 하락세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6.5원 하락한 1204.8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0월 1일 기록한 1187원 이후 약 1년여만에 최저 수준이다. 장중 저가 기준으로는 지난해 10월 15일 기록한 1193원 이후 11개월래 최저치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국내외 증시 강세와 글로벌 달러화 약세 등에 반응, 하락 압력을 크게 받았다. 특히 뉴욕 증시와 코스피 지수가 이날 이틀 연속 연중 최고점을 갈아치우면서 환율 하락을 견인했다.

밤사이 역외 선물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연저점을 새로 쓰면서 이날 환율 하락 행진을 예고했다. 뉴욕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현물환 대비 4.05원 하락한 1207.2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역시 새로운 연저점이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3원 하락한 1208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개장과 동시에 코스피 지수가 15개월만에 1700선을 돌파하는 등 급등세를 나타내면서 환율은 장중 1205원까지 밀려 내려갔다.

이후 1206~1207원선에서 오르내리던 환율은 급락에 대한 외환당국의 속도 조절에 제한적으로 움직였다. 전날 기획재정부가 "시장의 쏠림으로 환율이 급변동하게 되는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는 구두 개입이 효력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외신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최근 글로벌 통화가 달러 대비 강세를 띄는 것에 대해 "원화 강세는 시장 수급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시장이 판단할 문제"라면서 환율 레벨을 억지로 끌어올리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환율 하락에 우호적인 분위기는 지속됐다.

당국의 개입 추정에도 불구, 환율은 역내외 모두 달러 매도 물량을 내놓고 네고까지 가세하면서 견고한 하락 흐름을 이어 나갔다. 오후 들어 환율은 1205원선에서 횡보했으며, 전날에 이어 외국인 투자자들도 10거래일째 대규모 순매수세에 나서면서 환율은 막판 1204원선까지 내려 앉았다.

시중은행 딜러는 "주가 강세, 달러 약세, 외국인 달러 공급 등 시장 재료가 하락 쪽에 기울고 있지만, 당국 개입 경계감도 못지 않게 높아 1200원대 중반서 공방이 펼쳐졌다"면서 "눈치보기가 치열했지만 아무래도 하락 쪽에 더 기우는 장세였다"고 말했다.

이날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12.14p 상승한 1695.47으로 연중 최고점을 다시 썼으며, 코스닥 지수는 3.43p 내린 528.13으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7665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이면서 환율 하락을 도왔다.

한경닷컴 서희연 기자 shyremon@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