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자금이 국내 증시로 속속 유입되고 있다. 노무라펀드가 16일부터 주식 투자에 나서는데 이어 아이자와증권도 유진투자증권과 제휴,주식형펀드를 만들어 오는 11월부터 국내 주식을 매입할 예정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한국 증시가 오는 21일 FTSE(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는 데다 내년에는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지수 가입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투신운용은 15일 노무라아시아펀드의 한국 주식운용을 맡는 위탁계약을 노무라자산운용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일본 최대 자산운용사인 노무라운용은 지난 6월 말 현재 수탁액이 284조원(일임포함)에 이르는 세계 50위권의 대형 운용사다.

이 펀드는 한국 대만 인도 등 아시아 3개국 주식형펀드와 일본 MMF 등 4개 상품으로 구성된 전환형(엄브렐러)이다. 투자자들은 시장 상황에 따라 별도의 환매수수료 없이 이들 4개 펀드를 자유롭게 옮겨탈 수 있다. 대만과 인도 펀드는 노무라운용이 직접 맡고 한국 펀드는 삼성투신이 운용한다.

이 펀드는 1999년에 나온 '오로라펀드'에 이어 한국증시에 투자하는 노무라운용의 두 번째 상품이다.

삼성투신은 노무라 측이 일본에서 펀드를 출시하기에 앞서 미리 모은 자금을 이날 저녁 송금받아 16일부터 국내 주식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이번 한국 투자금액은 13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펀드는 개방형펀드로,일본에서 상품이 팔리는 대로 자금이 추가로 들어오게 돼 한국 투자 금액은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

남동준 삼성투신 주식운용2본부장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선택과 집중' 방식으로 운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날 일본 아이자와증권도 유진투자증권과 한국 및 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유진AIZ 한일굿초이스펀드'를 공동으로 조성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 주식형 펀드는 일단 1300억원 규모로 만들어져 올 11월 운용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국에 60% 이상,일본에 40% 미만을 투자한다.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과 일본 기업 가운데 높은 수익이 기대되는 기업을 골라 투자하게 된다.

나효승 유진투자증권 사장은 "이 펀드가 일본 투자자들의 다양한 한국 투자를 이끄는 교두보가 될 것을 기대한다"며 "한 · 일 양국의 상대국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일본계 자금의 국내 증시 투자는 미미한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외국인은 23조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지만 이 중 일본계 자금은 3460억원에 그치고 있다. 월간 500억원 정도 유입되는 수준이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일본계 자금이 국내 증시를 기웃하는 것은 한국 증시에 대한 재평가가 진행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국 증시의 FTSE 선진국지수 편입이 예정돼있긴 했지만 이보다는 내년 한국 기업의 실적 개선과 MSCI 선진국지수 가입에 대한 기대를 안고 들어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 사장은 "앞으로 보수적인 성격의 일본계 자금이 미국과 유럽 투자 비중을 줄이는 대신 아시아쪽 특히 한국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선회할 수 있다"며 "일본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이달 말 일본 기관투자가들과의 면담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