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수급의 열쇠를 쥔 외국인이 이달 들어 활발한 종목 교체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외국인은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기존 주도주의 가격 부담이 커지자 실적에 비해 그동안 소외됐던 종목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양상이다.

조선 기계 건설 음식료 등 업종 대표주들이 이달 들어 외국인 매수 리스트 상단에 새롭게 자리잡았다. 외국인은 은행주에 이어 증권 보험 등 금융주 전반으로도 매수세를 넓히고 있다.

원 · 달러 환율도 하락세여서 당분간 외국인은 IT 자동차 등 주력 수출주보다는 저평가 우량주와 내수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달 순매수 상위주 절반 '물갈이'

15일 코스피지수는 18.49포인트(1.13%) 오른 1653.40으로 마감해 하루 만에 반등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투신을 비롯한 기관과 개인이 차익 매물을 내놓았지만 외국인이 적극적인 매수에 나선 덕분에 지수는 장중 내내 강세를 보이다 막판 강세를 더하면서 지난 11일의 전 고점(1651.70)을 넘어섰다.

이날 시장은 단연 외국인이 주도했다. 은행(3.99%) 보험(3.58%) 철강 · 금속(2.54%) 화학(2.09%) 등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된 업종의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특히 이달 초에 관망세를 보이던 외국인이 지난 10일부터 다시 매수 강도를 높이며 저평가 우량주에 타깃을 맞추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순매수 상위 30종목 중 절반인 15개가 한 달 새 교체됐다. 지난달 외국인이 집중 매수했던 삼성전자 하이닉스 LG전자 LG디스플레이 현대차 등 대형 IT주와 자동차주는 9월 순매수 상위 리스트에서 사라졌다.

대신 이들은 이달 들어 현대중공업 두산중공업 KCC 삼성엔지니어링 CJ제일제당 등 조선 기계 화학 건설 음식료 제약업종의 대표주를 대거 사들였다. 한결같이 실적이 탄탄한 우량주면서 8월장에서 관심을 끌지 못했던 종목들이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주도 외국인의 관심주로 떠올랐다.

지난달부터 은행주를 사모은 외국인은 증권주와 보험주도 매수하기 시작했다. 이날 외국인 순매수 상위 20종목엔 신한지주 우리금융 KB금융 삼성화재 대우증권 등 금융주가 8개나 포진했다. 이달 들어 전날까지 외국인은 삼성증권 한국금융지주 등 증권주도 편입했다.


외국인 매수 기조 이어질 듯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단기 급등한 IT 자동차 등에서 저평가된 실적 호전주로 매기를 넓히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양경식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철강 화학 은행 보험 등은 하반기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대표적인 업종들"이라며 "외국인이 기존 주도주를 추격 매수하기보다는 가격 부담이 덜한 주변 업종으로 매수세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재식 대신증권 연구원도 "외국인은 하반기 글로벌 경기 회복을 염두에 두고 은행 건설 화학 철강 등 경기민감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며 "대신 IT 자동차 등은 환율 하락과 단기 급등으로 일부 차익 실현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다만 외국인이 기존 주도주를 대규모로 처분하지는 않고 있어 당분간 매수 강도를 유지하면서 집중 공략 종목을 바꿀 것이란 의견이 많다. 양 부장은 "외국인은 3분기 실적이 가시화되는 내달 초까지 매수 우위를 지키면서 종목 교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며 "실적 개선이 확인되면 다시 매수 강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했다. 박옥희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외국인 투자심리와 밀접한 미국 증시가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어 외국인 매수세는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