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증시도 계속 오르고 오늘도 외국인들이 계속 사는 분위기네?"

"쾅! 쿠르르르릉."

11일 오전 10시께 서울 여의도동 A증권사 사무실. HTS(홈트레이딩시스템)을 보고 있던 A씨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날 서울국제금융센터(IFC)센터 공사현장 타워크레인에 연결된 콘크리트 타설용 파이프가 크레인에서 5m가량 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작업인부인 라 모(51)씨가 현장에서 숨졌다.

여의도. 우리나라 정치와 금융의 메카지만, 동시에 사고의 온상지가 됐다.

IFC 공사현장에서는 2007년 9월19일에도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에는 신축현장 지반이 무너져 내렸다. 이로 인해 공사현장과 인근 도로를 분리해둔 안전펜스와 왕복 2차선 도로가 붕괴됐다. 길이 40여m, 깊이 40여m의 대형 구멍까지 생겼다.

다음날인 20일 여의도 출근길은 교통체증으로 그야말로 북새통이었다. 도로가 붕괴돼 통행이 불가능했던 것은 물론 흙과 모래를 실은 트럭들이 사고현장과 여의도 일대 도로에 즐비하게 서있었기 때문이다.

출근해서도 문제였다. 지반이 무너지면서 통신망을 건드렸고, 이로 인해 한동안 전화와 인터넷이 불통이었다.

따라서 IFC 사고현장 근처의 증권맨들은 '지각'과 '통신두절'의 추억(?) 탓에 날을 잊지 못하고 있다.

이날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웃지 못할 일은 같은 장소인 IFC에서 정확히 2년전에 사고가 발생했었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트라우마(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생기는 순간이다.

모 증권사 연구원은 "2년전 사고 직전에도 공사하다가 지반약화되서 사잇길에 지반이 가라않은 적이 있다"며 "이러다 어느날 갑자기 사고로 죽는 거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씁쓸한 말을 남겼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