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1600선에 오른 이후 지루한 박스권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기존 주도 종목들의 주가 급등에 따른 가격부담과 향후 글로벌 경기 회복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재료 공백 상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9일에도 이같은 모습을 지속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뉴욕 증시가 경기 회복 기대감에 상승했다는 소식에 소폭 오른 1622.25로 장을 시작했다. 하지만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지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오전 10시 48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0.38% 내린 1613.50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과 달리 IT비중이 절대적인 대만 시장은 외국인들의 지속적인 매수세에 힘입어 연일 연중 고점을 경신하는 등 박스권 돌파에 나서고 있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대만 증시의 상대적 강세가 의미하는 바는 여전히 글로벌 투자자들 입장에서 관심은 IT섹터에 있다는 점"이라며 "이는 국내 증시에서도 마찬가지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할 투자 대상은 IT섹터"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IT섹터 투자는 어떻게 해야할까.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현대차의 외국인의 일부 차익실현에 따라 주도 업종내에서도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의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삼성전자보다는 삼성SDI, 삼성테크윈, 삼성이미징 등에 관심을 갖는 식"이라고 조언했다.

외국인들도 이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삼성전자(2775억원), LG디스플레이(1985억원), 하이닉스(236억원), LG전자(186억원) 등을 처분했다. 대신 LG이노텍(477억원), 삼성전기(407억원), 금호전기(131억원) 등을 사들였다.

IT업종의 강세가 확산되고 있어, 부품주들도 관심 대상이다. 원화약세의 기조화, 주거래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 확대, 가동률 상승, 수율개선 등으로 실적 랠리를 나타내고 있다.

이같은 실적 랠리에 주가도 화답하고 있다. 대덕GDS, 삼영전자, 자화전자, 뉴프렉스, 인터플렉스, 이엘케이, 디지텍시스템즈, 덕산하이메탈 등은 이날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2차 전지 관련주들도 주목해야 한다. LG화학이 사흘째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것을 비롯해 삼성SDI, SK에너지, 이랜텍, 상신이디피 등도 장중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권양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성장성이 부각되고 있는 2차전지 관련업체의 경우 글로벌 2차전지 전문업체인 중국 BYD 등을 중심으로 전기차의 상용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대형 2차전지에 대한 수요 또한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의 경우 BMW, GM 등으로 공급이 확정될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어 전기차 시장의 상용화가 조기에 이루어질 경우 2차전지 부문 에서의 선점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2차전지 외 사업 포트폴리오에서도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