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협회가 적립식펀드 만기 관련 규정을 고치기로 한 것은 한마디로 만기가 지났더라도 가입 기한을 연장해 추가 납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통해 만기에 맞춘 적립식펀드의 환매 욕구를 억제하기 위한 뜻도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협회는 또 이번 규정 개정에 이어 펀드의 장기 투자를 유도하고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진정시키기 위한 투자자 교육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이달 중순쯤 나올 예정인 펀드 대형화 관련 외부 용역 결과를 기초로 관계 당국과 협의해 펀드 운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펀드 대형화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적립식펀드 환매 욕구 억제

현행 규정으로는 예를 들어 2006년 8월 납입 기한 3년을 약정하고 적립식펀드에 가입한 투자자가 올 8월(만기) 이전에 연장을 신청하면 추가 납입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9월부터는 추가로 넣을 수 없다. 이처럼 이미 납입 기한이 지나 추가 납입이 불가능한 적립식펀드에 대해서도 기한 연장 신청을 받아들여 투자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협회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협회는 이달 중순에 열릴 예정인 자율규제위원회에서 판매사들이 모범 규준으로 삼고 있는 '수익증권통장 거래약관'에 이러한 내용을 반영할 계획이다. 적립식펀드의 만기가 없어지면 기존 펀드를 환매하고 새 상품에 가입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앨 수 있고,기존에 가입한 상품에 대한 추가 판매가 중단된 경우에도 계속 납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실제 올들어 설정액이 크게 줄어든 상품엔 판매 중단된 경우가 많다.

협회 관계자는 "펀드는 납입 기한이 지나도 운용이 계속되기 때문에 사실상 만기가 없지만 투자자들은 가입 때 정한 납입 기한을 만기로 여기고 이 기간이 지나면 환매(출금)를 고려하게 된다"며 "이번 개정 방침은 납입 기한이 지난 후에도 투자를 유도해 환매를 막고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적립식펀드 판매 잔액은 76조9640억원으로 월간 최대인 9330억원 감소했다. 6월 말 이후 2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2005년 4월 적립식펀드 집계를 시작한 이후 2개월 연속으로 줄어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환매 증가는 올 들어 증시가 크게 오르면서 적립식펀드에서 원금은 물론 짭짤한 수익까지 더해지며 환매 욕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올 들어 설정액이 크게 줄어든 펀드는 대부분 설정 후 3~5년 정도 지난 펀드들로 2004~2006년 펀드 열풍 때 적립식으로 들어와 납입 만기를 맞은 펀드들이다.

◆8월 국내 주식형 환매율 21개월 만에 최고

지난달 펀드시장은 한 달 만에 다시 위축됐다. 순자산총액이 7월에는 7조6000억원 불어났으나 지난달엔 4조5000억원 감소한 335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주식형펀드의 경우 순자산총액은 국내외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환매 증가로 인해 전월보다 2000억원 줄어든 111조7000억원에 머물렀다. 특히 국내는 코스피지수 1600선에 대한 경계심리와 원금 회복을 위한 환매 등으로 1조6000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이에 따라 순자산 평균 대비 환매액으로 산출한 국내 주식형펀드의 8월 환매율은 4.54%로 2007년 11월 이후 가장 높았다. 반면 해외 주식형펀드 환매율은 2.40%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10월(4.11%)보다 크게 낮았다.

다만 올해 전체로 보면 환매가 그리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올 들어 8월 말까지 주식형에서는 13조원이 신규 설정되고 17조원이 빠져나가 4조원이 순유출됐다. 전체 주식형 순자산의 2.8% 선에 그치는 수준이다.

협회 관계자는 "펀드 유출이 많다기보다는 유입이 줄어들면서 전체적으로 순유출이 나타나고 있다"며 "월간 환매율이 5~10% 선에 이를 때는 '펀드런'으로 볼 수 있지만 아직 그런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제 막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회복되는 과정에 있어 결코 경기 사이클상 꼭지는 아니다"며 "적립식펀드는 여전히 투자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달 채권형 순자산은 44조5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8000억원 증가했으며 머니마켓펀드(MMF)는 96조4000억원으로 6조6000억원이나 감소했다. 전체 펀드 보유 자산 중 주식 비중은 전월 대비 0.4%포인트 오른 34.2%였으며 주식형펀드의 주식 비중은 1.0%포인트 높아진 91.7%를 기록해 5월 이후 4개월째 90%대를 유지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