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들이 코스피지수가 1600선을 넘은 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중소형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우량 대형주들이 증시를 주도하는 '블루칩 장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펀드 환매로 실탄이 부족한 기관들은 중소형주 매수를 늘리는 양상이다.

여기에 유가증권시장에서 한달째 '팔자'를 지속하는 연기금도 코스닥시장에선 연일 순매수를 보이며 중소형주 '사자'에 나서고 있다. 또 일부 종목엔 외국인 매수세까지 가세하고 있다.

증시 분석가들은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대형주 외의 투자 대안을 찾는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중소형주에 몰려 주가가 뛰고 있지만 기관과 외국인의 매수세가 끊기면 주가가 요동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소형 IT부품주 강세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기관들은 펀드 환매로 투자 여력이 줄어 고가인 블루칩 추가 매수에 힘이 달리자 차선책으로 중소형주를 택하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24일 지수가 1600선을 돌파한 이후 이 같은 추세는 더욱 강화되는 양상이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현대차 등 IT · 자동차 대형주가 증시 주도주 역할을 지속할 것이란 점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현 주가에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은 중소형주로 투자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특히 소형 IT 부품주는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후광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매수 타깃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수가 1600대에 올라선 뒤 주가 상승세가 돋보이는 IT 중소형주가 속출하고 있다. 발광다이오드(LED) 종목으로 꼽히는 루멘스는 이날 상한가를 기록한 것을 포함,지난달 24일 이후 52.11% 급등했다. 역시 LED 수혜주로 지목된 금호전기도 40.76% 상승했다.

반도체 장비주인 엠케이전자유진테크도 43.62%와 36.44% 뛰었고,반도체 소재주인 원익쿼츠는 이날까지 6일 연속 올랐다.

IT 외에 건설(서희건설)과 제약(일성신약) 등의 중형주도 관심주로 거론된다.

◆연기금도 코스닥 연일 순매수

기관들이 중소형주에 관심을 보이자 증권사 법인영업 담당자들의 추천도 잇따르고 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다른 기관이 아직 보유 비중을 키우지 않은 중소형주 가운데 유망 종목을 꼽아 매수를 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반도체 소재주인 아토의 경우 증권사 추천에 힘입어 기관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다. 기관은 지난달 12일부터 이틀만 빼고 순매수를 지속하고 있다.

외국인 매수가 가세하는 종목도 등장했다. 2차전지 관련 종목인 넥스콘테크가 대표적이다. 넥스콘테크는 '코스닥 중소형주의 삼성SDI'로 불리며 외국인과 기관 순매수가 이어지면서 최근 6일 연속 뛰어 24.51% 올랐다.

연기금도 중소형주 매수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21일부터 코스닥시장에서 하루만 빼고 연일 순매수를 이어가 이 기간 순매수 금액이 400억원에 육박했다. 국민연금이 장기가치주 투자를 위해 푼 자금이 이 같은 매수세의 배경으로 보인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뉴욕증시 하락 소식에 약세로 출발해 장 초반 1592선까지 밀렸다. 이후 중국 증시 상승과 신용평가기관 피치의 한국 신용등급 전망 상향 조정으로 낙폭을 줄여 9.90포인트(0.61%) 내린 1613.16에 장을 마쳤다. 반면 중소형주가 많은 코스닥지수는 0.28% 오른 517.73에 마감해 이틀째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