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그룹이 진로 재상장을 위한 다음 달 공모 과정에서 재무적투자자(FI)인 교직원공제회와 군인공제회 지분 전량을 매각할 방침이어서 관심이다.

이는 두 공제회가 갖고 있는 총 1조원 상당의 풋백옵션 부담을 미리 털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들 기관은 2005년 하이트 측이 진로를 인수할 당시 FI로 참여하면서 내년 9월 진로 주식을 주당 약 6만원에 되팔 수 있는 풋백옵션 권리를 부여받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하이트 측으로선 내년에 돌아올 풋백옵션 부담을 진로 재상장과 함께 조기에 털고 FI들도 수익을 빠르게 회수한다는 윈윈효과가 있는 데다 일반투자자들로서도 주가에 불확실한 요인이 해소되는 만큼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진로 6년 만에 재상장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진로의 대주주인 하이트그룹은 오는 10월 진로의 재상장을 위한 공모주 청약을 다음 달 21~22일 실시키로 했다.

진로는 공모가가 5만4000~6만원에 추진되고 있어 전체 공모 규모가 최소 7776억원에서 최대 864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9월 공모시장의 최대어가 될 전망이다.

이 회사는 지난 25일 한국거래소의 상장 승인을 받은 데 이어 이같이 상장계획을 정함에 따라 다음 달 공모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2003년 퇴출된 이후 6년 만에 유가증권시장에 재상장하게 된다.

◆FI 두 곳 지분 31.5% 매각하기로

이번 진로 기업공개는 공모 방식이 특이해 주목받고 있다.

공모는 신주 발행 없이 이미 발행된 주식인 구주 전량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전체 공모 주식 1440만주(전체 주식의 33.4%) 가운데 1356만주가 2대주주인 교직원공제회와 3대주주인 군인공제회 보유 주식이다. 교직원공제회는 791만주(지분 18.4%), 군인공제회는 565만주(13.1%) 전량을 이번 공모에서 처분하게 된다. 최대주주인 하이트홀딩스가 매각하는 구주는 83만주(1.9%)에 불과하다.

진로를 인수할 당시 FI로 참여했던 두 공제회가 내년 9월 진로 주식을 주당 6만원가량에 하이트홀딩스에 되팔 수 있는 풋백옵션 권리를 갖고 있어 이를 이번 공모 과정에서 해소하겠다는 하이트 측의 포석에 따른 것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공모 방식은 그동안 우려돼 왔던 풋백옵션 부담을 조기에 해소함으로써 하이트와 FI 두 곳은 물론 일반투자자에게도 이익이 된다"며 "진로는 물론 하이트홀딩스 주가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진로 공모가격이 6만원 수준으로 알려진 FI들의 풋백옵션 가격보다 낮게 결정될 경우 하이트맥주가 차이를 보전해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공모가격 밴드가 5만4000~6만원으로 돼 있어 큰 부담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소용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모가 밴드가 시장 예상치보다 높아 하이트가 FI 두 곳에 보전해줘야 하는 부담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공모주 투자자 입장에서는 공모가가 높다는 점이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이트홀딩스 주가는 이달 18일 52주 신고가(4만5200원)를 찍은 뒤 4만1000~4만2000원대에서 횡보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8일엔 0.24% 내린 4만1450원에 마감했다.

◆공모 규모 역대 최대 가능성

진로의 전체 공모 규모는 8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돼 국내 IPO 사상 최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진로 공모액은 공모가가 최소치인 5만4000원으로 결정된다고 해도 7776억원에 달해 2006년 2월 상장했던 롯데쇼핑의 공모 규모(6857억원,국내 기준)와 2007년 상장된 STX팬오션(5901억원) 삼성카드(5760억원) 수준을 크게 넘는다. 공모가가 6만원에 가까워지면 1999년 KT&G의 공모 규모인 8000억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진로와 함께 대어급인 동양생명이 내달 29~30일 공모주 청약을 받기로 결정함에 따라 공모주 청약시장이 크게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양생명의 공모가는 1만7000~2만2000원에 결정될 예정이어서 공모 규모는 3400억~44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 회사는 신주 1075만주 발행과 함께 구주 927만주(동양캐피탈 820만주,보고펀드 107만주)를 매각해 공모를 진행한다.

증권사들은 포스코건설과 SK C&C 등 장외 대기업들도 상장을 서두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들은 공모 규모가 각각 1조원대로 진로와 동양생명보다도 크다.

SK C&C는 지난 6월 유가증권시장 상장 승인을 받은 상태이고 포스코건설은 이달 14일 상장 청구서를 제출해 심사를 대기하고 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