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머랠리' 기간 동안 기관이 주로 사들인 종목이 상승률면에서 외국인이 집중 매수한 종목을 능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코스피지수 상승을 이끈 건 외국인이지만 정작 실속은 기관이 챙긴 셈이다.

30일 우리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코스피지수 반등이 시작된 지난달 15일부터 지난 주말까지 기관이 순매수한 상위 2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22.07%로 조사됐다. 이는 외국인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 18.72%보다 3.35%포인트 높은 수치다.


이 기간 동안 기관과 외국인은 전혀 다른 종목을 사들였다. 외국인은 IT(삼성전자 하이닉스 LG전자),자동차(현대차 기아차),은행(신한지주 KB금융 하나금융지주 기업은행) 3개 업종 대표주를 집중공략했다. 반면 기관은 철강(현대제철 고려아연) 화학(한화 코오롱 한화석화 LG하우시스) 해운(한진해운 STX팬오션) 등 최근 상승장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업종을 주로 사들였다.

종목 사이즈면에서도 외국인은 100% 대형 종목으로 채운 반면 기관들은 대형 15개,중형 4개,코스닥 1개 등 다양하게 사들였다.

흥미로운 것은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수 상위 20개사 중 겹치는 종목은 단 한 곳도 없다는 점이다. 그만큼 외국인과 기관의 투자 전략이 서로 달랐던 것이다.

기관 수익률을 외국인보다 높게 이끈 1등 공신은 서울반도체로 상승률이 46.93%에 달했다. 삼성전기(37.93%) 삼성물산(36.70%) 한솔제지(33.58%) 현대제철(35.47%) 메리츠화재(34.76%) 등에서도 30%대의 고수익을 올렸다. 외국인이 사들인 종목 중에서는 GS건설이 39.71%로 가장 성과가 좋았다. LG화학(38.55%) 하이닉스(37.74%) 현대차(37.75%) 등도 30% 이상 올랐다. 반면 KT(6.27%) 포스코(6.67%) LG디스플레이(6.96%) 등은 수익률이 저조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관이 펀드 환매로 인한 자금 압박 속에서도 수익률 관리를 잘했다"고 평가했다. 김성노 KB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외국인이 주로 사들인 업종 대표주들은 지수 내 비중이 높기 때문에 프로그램 매도물량이 많이 나와 상승률이 제한되는 측면이 있었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이 기간 동안 기관이 순매도한 상위 20개 종목들을 살펴보면 상당수가 외국인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과 겹친다. 하이닉스 기아차 LG화학 KB금융 하나금융지주 LG전자 KT 신한지주 등이 이런 종목들이다.

김 연구원은 그러나 "수익률은 분석 기간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길게 보면 지수 상승을 이끄는 주도주들의 수익률이 더 좋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개인의 경우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의 수익률이 6.97%로 한자릿수에 머물렀다. 신종플루 테마로 최근 급등세를 보인 녹십자(74.40%)와 SK케미칼(31.06%) 정도가 눈에 띄게 올랐지만 그외 대부분의 종목은 부진했다. 20개 종목 중 7개 종목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기도 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