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자동차업종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계속 쏟아내면서 관련주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베테랑 자동차 애널리스트 출신 센터장이 던진 경고 메시지라는 점에서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27일 주식시장에서 자동차 대표주 현대차는 약보합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오후들어 2%대 후반까지 밀리는 등 사흘째 내림세를 이어갔다.

기아차도 나흘째 하락세를 보였고,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 부품주들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김 센터장은 이날 오전 보고서를 통해 자동차주의 '아킬레스건'인 수요회복 가시성을 직접 건드리며 시장이 과도하게 호의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최근 투자자들이 자신감을 갖고 자동차 주식을 샀던 이유 중 큰 부분은 수요회복이 다른 업종보다 크게 나타날 것이란 기대였다"며 "하지만 급증하는 장기실업자들이 자동차를 포기할 수 있고 1가구 2∼3차량에서 1∼2차량으로 줄이는 가구가 증가할 경우 자동차 수요는 예상만큼 회복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자동차업체들이 개선된 수익성을 구조적인 경쟁력 강화와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자동차주 상승의 한계로 꼬집었다.

김 센터장은 "자동차 산업의 경우 환율 효과로 수익성이 개선됐지만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자동차를 상용화하는 등의 '테크니컬 리더십'(technological leadership)을 확고히 하지는 못하고 있다"며 "결국 IT(정보기술)는 환율효과를 브랜드 개선으로 연결시키는 반면 자동차나 기계는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최근 또다른 보고서에서도 "한국 정부의 달러화 회수 과정이 조만간 마무리되면 원화절상 압력이 커질 수 밖에 없다"며 "이럴 경우 수출기업들은 그동안 누려온 원화약세 경쟁력을 어느정도 포기해야 하는 만큼 자동차 보다 IT가 더 유리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안수웅 LIG투자증권 센터장은 "현대차와 기아차가 상반기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높여 나간 지역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과 유럽 등지였다"며 "따라서 미국의 경기회복 속도에 맞춰 점진적인 수요회복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반박했다.

안 센터장은 또 "국내 자동차업체들이 금융위기 이후 생존의 갈림길에서 가동률 상승을 통한 점유율 확장정책을 쓰지 않고 전기차나 하이브리카 개발에만 열중했다면 지금과 같은 '글로벌 승자'의 지위에 오를 수 있었을 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박화진 신영증권 연구원도 "경기변동 사이클이나 정부의 경기부양책 등을 감안할 때 자동차 수요가 급격히 감소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현대차만 놓고 보더라도 주가가 10만원을 넘어섰던 지난 2005년 당시와 현재는 글로벌 경쟁력이나 시장점유율 측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업그레이드'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자동차주들이 조정을 받는 이유는 단 한가지 급격히 올랐기 때문"이라며 "주가가 빠지는 조정기를 오히려 저가 매수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