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연속 상승했던 코스피지수가 조정을 받았다. 1600선 회복을 이끌었던 대형주들이 단기 급등 부담에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추가 상승을 기대하는 '사자' 세력과 차익 실현에 나선 '팔자' 세력 간의 공방이 치열하게 펼쳐지면서 주식시장 거래대금은 사흘째 10조원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지수는 미국의 주택지표와 중국 증시의 반등 여부 등 해외 변수를 지켜보면서 1600선 안착을 놓고 눈치보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급등 부담에 대형주 동반 하락

25일 코스피지수는 10.84포인트(0.67%) 내린 1601.38로 마감했다. 전날 뉴욕증시의 혼조 소식에 9포인트 이상 하락 출발한 지수는 장중 1600선 아래로 떨어졌지만 외국인과 개인의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1600선을 간신히 지켜냈다.

기관은 투신과 연기금을 중심으로 4200억원 이상 순매도해 지수를 끌어내렸다. 기관은 최근 사흘 동안 1조2000억원가량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외국인과 개인은 이날 각각 2195억원과 2452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이며 낙폭을 줄이는 데 힘을 보탰다. 외국인은 장 초반 순매도로 출발했으나 하락폭이 커지자 순매수로 전환했다.

특히 기관과 외국인은 9일째 정반대의 매매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이날 기관은 기아차를 약 740억원어치 순매도한 것을 비롯해 삼성전자 LG전자 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대형 정보기술(IT)주를 집중적으로 팔았다. 이들은 SK에너지 등 에너지주와 현대건설 GS건설 등 대형 건설주로 매수세를 돌렸다.

이에 반해 외국인은 신한지주 하나금융 등 은행주와 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삼성전자 등 IT주,포스코 NHN 등 업종별 대표주를 골고루 사들였다.

기관의 매도 공세와 프로그램 매물까지 겹치면서 대형주들은 동반 약세를 보였다.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차 등이 1% 안팎 하락했고 현대모비스(-4.50%) KB금융(-2.86%) 등은 낙폭이 더 컸다.

대형주 중심의 매매 공방이 벌어지면서 거래대금은 10조7029억원(유가증권시장 7조6508억원,코스닥시장 3조521억원)에 달해 지난 21일 이후 사흘 연속 10조원을 넘어섰다.

◆기대 · 경계심 크게 엇갈려

증시 분석가들은 지수 1600선에서 투자자들 사이에 시장 전망이 엇갈리고 있어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대형주를 중심으로 한 외국인의 매수세와 환매에 시달리는 기관의 매도세가 치열하게 부딪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당분간 두 세력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1600선 회복을 주도했던 대형주가 이날 동반 하락했지만 시장 체력을 비축한다는 측면에선 오히려 긍정적"이라며 "경기 회복이나 실적 등 호재성 뉴스가 나올 경우 대형주들은 다시 상승하며 시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토러스투자증권은 1600선을 지키기 위한 조건으로 △상하이종합지수의 2800선 지지 여부 △한국 경상수지와 외환보유액 추이 △미국 주택가격 및 건설업종 지수 움직임 등을 꼽았다. 이 증권사 박중제 연구원은 "중국의 정책 집행이 과거보다 세련된 형태로 이뤄지고 있어 중국발 유동성 긴축 이슈가 증시에 미치는 충격은 우려보다 작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작년 9월 이후 경상수지가 코스피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어 오는 28일 발표되는 경상수지 동향이 주식시장의 단기 향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지수 1600을 넘어서면서 변동성이 커졌지만 외국인이 IT 자동차 등 주도주를 꾸준하게 사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기대할 수 있다"며 "덜 오른 종목 중에서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는 종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이선엽 연구원은 "지수가 추가 상승하더라도 대형주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크므로 개인들이 랠리에서 소외되는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