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과 기관이 올 들어 상반된 매매패턴 속에서도 동반 매수하는 종목들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만 20조원 이상의 주식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와 상대적으로 빠른 이익 개선세 등을 배경으로 지난 4년간 급격하게 줄였던 한국의 비중을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기관은 국내 주식형펀드의 환매가 지속되면서 같은 기간 17조원가량 순매도했다.

이처럼 대조적인 매매 방향성에도 불구하고 외국인과 기관은 LG디스플레이삼성전기 기아차 등 주요 수출주들을 동반 매수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외국인과 기관이 올 들어 각각 9649억원과 3050억원을 사들여 합산금액 기준으로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차도 영업실적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으며 외국인과 기관으로부터 동시에 '러브콜'을 받고 있고,삼성SDI의 경우 2차전지 사업의 성장성이 부각되며 동반 매수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 밖에 우리금융과 동양종금증권 부산은행 삼성카드 등 주요 금융주들도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동시에 유입되고 있는 대표적인 종목이다.

외국인과 기관이 '쌍끌이' 매수에 나서면서 이들 종목은 코스피지수 대비 초과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 들어 70% 넘는 상승률을 기록하며 연일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기아차는 7000원대에 머물던 주가가 1만6000원대로 2배 넘게 급등했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2분기 실적과 수급상 우위가 주가 강세의 배경으로 꼽혔다.

외국인과 기관은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을 벗어나 상승행진을 재개한 지난달 이후 건설과 해운 등 뒤늦게 업황이 '턴어라운드'하고 있는 종목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삼성물산과 한진해운 대우조선해양 STX팬오션 등이 지난달 이후 외국인과 기관이 동시 순매수한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OCI는 외국인 매수세에 기관이 뒤늦게 가세하면서 주가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전력한솔제지 CJ제일제당 호텔신라 등 일부 내수 관련주에 대해서도 동반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제품가격 상승과 원료가 하락, 내수소비 회복에 따른 수요증가 등 투자매력이 점차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실적이 뒷받침되면서도 가격 부담이 덜한 '옐로칩'으로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옮겨가고 있다"며 "이들이 사는 종목을 무조건 따라 사기보다는 밸류에이션(주가수준)과 향후 실적전망 등을 꼼꼼히 따져 수익률 '갭메우기'에 나설 가능성이 큰 종목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