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슈넬제약이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다.

현 최대주주인 제넥셀세인(한국기술산업의 자회사)과 2대주주에 오른 전 대표이사 김재섭씨가 회사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지분 늘리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김 전 대표는 한국슈넬제약의 최대주주가 될 때까지 지분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사실상 최대주주인 한국기술산업이 경영권을 지키려고 나설 경우 지분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前 대표가 지분 14% 확보…"지분 더 살 것"

한국슈넬제약은 17일 김재섭 전 대표이사가 조만간 지분 14.8%(약 106만주)를 신규 취득, 2대주주가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19일 납입 완료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데 증자가 끝나면 2대주주가 된다는 설명이다. 이전까지 김 전 대표는 한국슈넬제약의 주식을 단 한주도 갖고 있지 않았다.

한국슈넬제약은 김 전 대표 이외에도 유명희씨 등 개인투자자 2명에게 각각 10만주씩 신주를 배정했지만, 김 전 대표가 배정받은 주식수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슈넬제약의 이사회는 아직까지 김 전 대표 측근이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기술산업이 회사를 인수한 뒤 이사회를 열어 이사진을 변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전 대표는 앞으로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하기 위해 지분을 더 살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대주주가 될 때까지 지분을 늘린다는 이야기다.

현재 한국슈넬제약의 최대주주는 또 다른 코스닥업체인 제넥셀세인(지분 31.63%)이다. 제3자 배정 증자 이후 신주가 상장되면 제넥셀세인의 지분은 24%대로 떨어지게 된다.

◆사실상 경영권자 한국기술산업과 분쟁 '선언'

제넥셀세인의 창업자이자 한국슈넬제약의 대표이사였던 김 전 대표는 지난 4월 보유하던 제넥셀세인 지분 15.97%(약 1010만주)와 경영권을 한국기술산업 측에 매각(약 220억원)했다.

제넥셀세인은 당시 한국슈넬제약의 지분 36%를 가진 최대주주였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기술산업은 제넥셀세인을 통해 한국슈넬제약 경영에도 직접 관여해왔다. 사실상 경영권을 행사한 것이다.

그렇다면 김 전 대표가 또 다시 한국슈넬제약의 경영권을 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적대적 M&A 등 가능성 막기 위해 직접 나섰다"

김 전 대표는 "한국기술산업이 최근 한국슈넬제약의 보유지분을 장내에서 대거 팔아치웠다"며 "이 때문에 한국슈넬제약이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에 노출, 다른 곳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에 직접 지분을 취득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제넥셀세인에 대한 지분 및 경영권 양수도계약을 맺을 당시 '자회사인 한국슈넬제약에 대한 경영권은 다시 가져올 수 있게 해달라'라고 한국기술산업 측에 미리 양해를 구해놨다는 것.

그런데 한국기술산업이 한국슈넬제약의 지분을 장내에서 팔았고, 이에 따라 또 다른 인수계약 및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이 커져 서둘러 지분 매입에 나섰다는 게 김 전 대표의 설명이다.

김 전 대표는 "작년 10월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이 대출금을 회수하고, 사채의 만기까지 다가와 제넥셀세인과 한국슈넬제약의 경영 상황은 갈수록 악화됐다"며 "12월에는 직원들에게 급여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회사를 파는 것이 오히려 회사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었고, 이후 적당한 시점에 한국슈넬제약의 경영권을 다시 가져올 생각이었다"고 털어놨다.

김 전 대표는 또 "한국슈넬제약이 진행중인 신약 등 그 동안 연구성과를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기술산업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직까지 정확한 상황을 전달받지 못했다"며 "지분매입 경위 등 정확한 이유를 파악한 뒤 회사의 입장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한편, 9월 결산법인인 한국슈넬제약은 회계연도 기준으로 지난 3분기(2009년 4월1일~2009년 6월 30일)에 큰 폭의 영업이익 및 순이익 흑자를 달성했다.

한국슈넬제약의 3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107% 성장한 290억원을 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기록한 5억원 적자에서 45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당기순이익도 지난해 동기 114억원 대규모 적자에서 21억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