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실적 호전에 힘입은 경기 회복 기대가 한풀 꺾이면서 이번 주 뉴욕 증시는 지난주에 이어 조정과정을 거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주까지 실적을 발표한 456개 S&P 500지수 편입 기업 중 시장 예상을 웃도는 수익을 낸 비율은 72%였다. 비록 총수입이 많이 늘지 않았지만 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성이 개선된 기업들이 많았다. 이와 함께 기업들의 재고 조정이 마무리됨에 따라 하반기 제조업 주도의 경기 회복세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도 확산됐다.

하지만 지난주 후반 들어 탄력적인 경기 회복을 뒷받침할 만한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회의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매수세가 주춤한 가운데 차익 매물이 늘고 있는 이유다.

스티펠 니콜라스(펜실베이니아주 소재)의 조셉 배티페질리아 시장 전략가는 "미국 경기가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계속 상승할 수 없다"며 "당분간 이익을 실현하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배경에서 다음 주 뉴욕 투자자들은 매매를 줄이면서 새로운 상승 동력을 찾는 작업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 경제 성장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와 관련된 기업들의 실적과 소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택 관련 통계에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17일에는 가정용 건축자재 유통회사인 홈데포와 로웨스가 나란히 2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할인 체인점인 타깃과 미국 최대 의류 소매업체인 갭도 같은 날 실적을 내놓는다. 다음 날에는 고소득층 대상 유통점인 삭스가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월가 전문가들은 순익도 중요하지만 매출 추이와 앞으로의 매출 전망이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경비 절감을 통한 순익 개선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존 프라빈 푸르덴셜인터내셔널의 수석투자전략가는 로이터통신에 "시장은 소비 분야에서 어떤 긍정적 신호를 찾아나설 것"이라며 "실업자 증가와 높은 저축률로 인해 소비 지출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주택 관련 통계는 미국민들의 소비심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측면에서 주목된다. 17일에는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의 8월 주택지수가 나오고 다음 날에는 7월 건축허가 건수와 주택착공 건수가 발표된다. 21일에는 7월 기존 주택판매 현황이 공개된다. 이들 통계가 주택 시장의 회복 신호를 보내면 상승 동력을 찾던 투자자들이 적극적인 주식 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웨스트우드캐피털의 렌 블럼 매니징 파트너는 "주택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는 믿음이 생기면 추가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발언에도 투자자들의 시선이 집중될 전망이다.

버냉키 의장은 21일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캔자스시티 연방은행의 경제 심포지엄에서 금융위기와 관련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좀 더 낙관적인 경제관을 피력하면 경기 회복 기대감이 다시 확산되며 투자 심리가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