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연중 최고치 행진을 재개한 가운데 종가 기준 52주 최고가를 경신한 종목이 쏟아지고 있다. 이미 신고가 대열에 오른 대형주는 물론 주요 부품주를 중심으로 한 중소형주들도 속속 1년 새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미 1년 전 주가를 뛰어넘은 종목도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보기술(IT) 등 기존 주도주들도 외국인 매수 등에 힘입어 재차 전 고점 돌파 시도에 나설 것으로 보여 '서머랠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30개 종목 1년 최고가

코스피지수는 14일 26.77포인트(1.71%) 오른 1591.41로 거래를 마치며 지난 11일 기록한 연중 최고치(1579)를 다시 갈아치웠다. 외국인이 3927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의 원동력을 제공했다.

증시가 오랜만에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이날 하루 동안에만 무려 30개 종목이 종가 기준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 LG전자가 2.54% 상승한 14만1500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올 최고치는 물론 작년 6월2일(14만3000원) 이후 최고가로 뛰어 올랐다. 기아차도 1.20% 오른 1만6800원으로 1년 신고가를 경신했고 조업 재개에 나선 쌍용차는 이날 부진한 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7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최근 1년 주가로는 최고치인 464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대한항공SBS LG 동양종금증권 등도 일제히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소재주와 중소형 부품주들도 대거 신고가 대열에 동참했다. 현대하이스코가 2분기 '깜짝 실적' 효과로 이틀 연속 상승하며 신고가를 다시 썼고 화학소재 업체인 휴켐스는 꾸준한 이익 증가가 기대된다는 분석에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며 6일째 신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금호전기가 일본 지진 여파로 경쟁 업체들의 설비 가동이 중단될 수 있다는 전망에 2% 넘게 오르며 52주 신고가는 물론 2007년 8월 이후 최고가로 치솟았다.

이들 외에도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등 이달 들어 작년 8월 주가를 넘어선 종목만 102개에 달한다. 산화방지제 업체인 송원산업의 경우 차량 경량화 수혜 기대감에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창사 이래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는 소식이 더해지며 최근 1년 새 주가 상승률이 250%에 달했다.

황창중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박스권이 길게 이어지는 동안 축적된 에너지가 2분기 실적 발표 시즌을 통해 분출되면서 대형주를 중심으로 신고가 종목이 속출했다"며 "이제는 중소형주 중심의 순환매가 형성되기 시작하면서 IT와 자동차부품주 및 실적이 좋은 중소형 철강주들이 바통을 이어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업황 호전 등 개별 종목들이 지닌 호재의 영향력이 아직 충분해 이미 신고가를 경신한 종목 중에서도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는 종목이 수두룩하다"고 진단했다.

◆'서머랠리' 지속 가능할 듯

신고가를 경신한 후 가격 부담에 숨고르기에 나섰던 대형주들이 상승 엔진을 재가동하고 있어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이날 외국인이 IT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면서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등도 다시 전 고점 돌파에 나선 모습"이라면서 "중소형주로 옮겨갔던 매수세가 대형주로 회귀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삼성전자는 CS증권과 노무라증권 등 외국계 창구로 매수세가 대거 유입된 가운데 73만1000원으로 4% 넘게 급등하며 지난 5일의 전 고점(73만3000원)에 바짝 다가섰다.

황 팀장은 "글로벌 경기가 완연한 회복 추세에 접어들어 하반기에도 기업들의 실적 호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로 이어지면서 주요 기업들의 주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지나치게 빠른 주가 상승 속도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인호 하나UBS자산운용 본부장은 "글로벌 경기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개별 기업들의 주가 수준이 이미 이를 넘어서고 있는 것은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해당 기업들의 실적 개선 추이와 업황 회복 수준 등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