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21일 만에 순매도로 돌아서면서 코스피지수가 닷새 만에 하락했다.

하지만 경기 회복과 기업 실적 개선 등 외국인 매수세의 배경은 여전해 외국인의 매수 기조가 변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원 · 달러 환율이 중기적으로 하락세를 이어가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외국인 '사자'를 뒷받침하는 요인이란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정보기술(IT) 자동차 금융 등 기존 선호 업종에서 일부 차익을 실현하고 있지만 매기가 확산되는 종목에는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고 조언했다. 외국인은 화학 철강 해운주 등으로 순환매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차익 실현 위한 일시적 매도 우위

12일 코스피지수는 13.86포인트(0.88%) 내린 1565.35에 장을 마쳤다. 지난달 15일부터 순매수를 지속하던 외국인이 '팔자'로 돌아선 것이 하락의 빌미가 됐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 순매도 규모를 559억원까지 키웠다가 13억원으로 줄였다. 여기에 외국인이 6454억원(6371계약)의 선물을 팔아치우면서 현 · 선물 간 가격차인 베이시스가 악화돼 프로그램 매물이 625억원어치 쏟아진 것도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지난달 15일부터 20일 연속 순매수를 보이며 이 기간에 7조1626억원어치를 사들였던 외국인은 이날 현 · 선물시장을 합쳐 6467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였다.

정명지 삼성증권 연구원은 "2분기 어닝 시즌(실적 발표 기간)이 시작된 지난달 중순부터 국내 증시가 미국 증시와 동조화되는 흐름을 이어 왔지만 이날 새벽 뉴욕증시가 1% 넘게 빠지자 외국인이 매도 우위를 보이면서 코스피지수가 약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날 외국인 순매도는 일부 차익 실현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조만간 순매수로 복귀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허연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 상무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의 전체'외국인 팔자'가 여전히 1조원을 밑돌았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적극적인 외국인 매수세력이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 동안 일부 차익 실현 물량이 나와서 순매도가 나타난 것인 만큼 외국인은 쉽게 순매수로 전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명섭 도이치증권 상무는 "한국 기업들의 실적 개선과 경기 회복 속도가 돋보이는 데다 지난해까지 4년 동안 국내 주식을 줄기차게 팔아서 비중이 매우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 매수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적으로 환율이 하락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외국인 매수세를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모건스탠리 BNP파리바 씨티 등 외국계 증권사들은 대체로 내년 1분기 평균 환율을 1100원대 초 · 중반으로 예상한다. 환차익으로만 8~9%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허 상무는 "환율이 떨어지기 전에 환차익을 챙기기 위해 외국인의 매수 시점이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화학 등으로 매기 확산 기대

외국인은 이날 전기전자업종을 419억원 순매도한 것을 비롯해 자동차 금융 등 기존 선호 종목에 대해선 차익 실현에 나선 반면 화학(512억원) 운수창고(143억원) 보험(115억원) 철강(106억원) 등에 대해선 순매수를 보였다. 종목별로도 KB금융 삼성전자 현대모비스 등을 많이 처분한 대신 LG화학 한진해운 포스코 등을 주로 사들였다.

이에 대해 외국인 매기가 다른 업종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가 1600선 회복을 시도하는 동안 외국인 지분율이 증가한 종목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는 조언이다. 대우증권은 외국인 지분율이 늘어난 종목 가운데 실적이 양호한 LG이노텍 OCI 태평양 네오위즈게임즈 LG데이콤 에쓰오일 한섬 등에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외국인 매수세가 몰리고 있는 화학업종 중에선 LG화학이 주목받고 있다. 이달 외국인 순매수 1위 종목은 LG화학으로 순매수 규모가 3568억원에 달했다. 지난달 15일부터 31일까지 1위였던 삼성전자는 이달엔 4위로 밀렸다. LG화학은 최근 나흘간 외국인 순매수가 지속되면서 주가가 12.13% 뛰었다. 허연 상무는 "화학산업 업황을 비관적으로 봤던 외국인이 공매도했던 LG화학을 쇼트커버링(재매입)하는 것도 외국인 매수세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인의 기존 선호 종목에 대한 매수세가 다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고명섭 상무는 "'코스피지수+α'가 아니라 '코스피지수 자체'(한국 증시)를 사려는 외국인이 많기 때문에 국내 증시 대표 종목인 기존 선호 업종을 중심으로 매수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