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형펀드의 주식 비중이 국내 증시가 최고점을 기록했던 2007년 10월 수준을 넘어섰다.

통상 펀드의 주식 비중 증가는 펀드매니저들이 추가 상승에 무게를 두고 주식을 사들인 결과로 해석되지만,이번에는 이 같은 분석이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펀드에 들어있는 주식의 가치가 주가 상승으로 높아진데다 펀드 환매로 현금이 빠져나가면서 나타나는 '착시현상'일 뿐이란 지적이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의 전체 순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달 30일을 기준으로 92.79%에 달한다. 이는 코스피지수가 2064까지 치솟았던 2007년 10월31일(91.60%)보다 높은 수치다. 국내 주식형펀드의 주식 비중은 작년 12월31일 87.57%까지 떨어졌다가 올 들어서는 매달 증가하고 있다.

대형 운용사들이 관리하는 주식형펀드의 주식 비중도 크게 올라가고 있다.

삼성투신운용의 주식 비중은 95.1%로 증시 고점 때인 92.54%보다 높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주식 비중도 90.87%에서 92.98%로 크게 올라갔다. 한국투신운용의 경우 92.1%로 2007년 10월(86.88%)보다 5.2%포인트 이상 급증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펀드 매니저들이 향후 증시가 추가 상승할 것이란 판단에 따라 주식 매수를 늘리고 있다는 식의 장밋빛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전문가들은 최근 증시 상승에 따라 펀드의 보유 주식 가치가 급격히 증가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펀드 매니저는 "펀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대형주들의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펀드에 편입된 전체 주식의 가치가 급증했다"며 "펀드의 주식 비중이 높은 것을 두고 활황장세가 기대된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여기에는 펀드 환매도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1조원가량의 자금이 펀드에서 빠져나가는 바람에 펀드가 보유하던 현금이 크게 줄어 상대적으로 주식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실제 자산운용사들은 환매에 대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달에만 1조3000억원 이상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지금은 운용사들이 주식을 사들일 입장이 못된다는 얘기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