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최근 장기가치주펀드 운용사들에 2차 자금 집행을 하면서 관련 종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연금은 올 연말까지 총 5000억원가량을 가치주 투자에 쓸 계획이며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쳐 2000억원을 집행했다. 나머지 자금도 조만간 추가 집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22일 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위탁운용사인 신영자산운용을 비롯해 세이에셋 신한BNP파리바 알리안츠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등 다섯 개 회사에 200억원씩 배정했다. 지난 16일 같은 운용사들에 1000억원의 자금을 배분한 지 일주일 만에 2차 자금 집행에 나선 것이다.

국민연금에 정통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위탁운용사를 선정한 지 한 달도 안 돼 총 배정자금의 40% 자금을 집행한 것"이라며 "운용기간은 특별히 제한 없이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지금 추세라면 조만간 자금집행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이 집행한 가치주펀드에 자금이 들어오며 이 펀드가 매수할 종목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자금은 국민연금이 주지만 종목에 대한 지분율이 10% 미만일 경우에는 위탁운용사 보유 지분으로 포함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들에 자금을 처음 집행한 지난 16일 이후 이들 운용사의 지분변동 공시를 보면 가치주펀드의 자금이 어느 종목으로 흘러가는지 추정해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세이에셋코리아자산운용은 지난 23일 용현BM의 주식 5.07%를 신규로 취득했다고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한국밸류자산운용은 마이스코와 디씨엠의 지분율이 각각 5% 이상 됐다고 공시한 것을 비롯해 효성오앤비 이니시스 알에프세미 선진 삼정피앤에이 다함이텍 경동도시가스 가온전선 등의 지분을 추가로 확대했다고 신고했다. 신영자산운용 역시 SJMWISCOM의 주식을 추가로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가치주펀드 운용사들의 매수종목에 우량주가 없는 것은 집행자금 규모가 200억원씩으로 쪼개져 우량주를 매수하기엔 여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란 전언이다. 또 우량주를 매수했다고 해도 지분 변동이 있는 만큼은 아니어서 5% 이상 공시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국민연금은 가치주펀드의 선정 종목에 대해 실적이 개선되고 꾸준한 배당수익이 기대되지만 아직 주가가 저평가돼 있으며,매매회전율이 2년간 200% 미만이고 코스피추적률이 50%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등의 기준을 제시한 적이 있다.

국민연금에 자금을 집행하는 한 증권사의 리서치본부는 이날 이 기준을 적용해 가치주펀드들이 매수할 수 있는 종목으로 삼영엠텍 삼성공조 태경화학 삼영이엔씨 평화정공 모토닉 동아타이어 리바트 CJ프레시웨이 한섬 넥센 청담러닝 등을 꼽았다.

이 증권사는 또 "연기금의 매도세가 한풀 꺾일 경우 그동안 순매도에 집중했던 종목을 다시 편입할 수 있다"며 한진 JS전선 대창단조 케이프 디오 세방 영풍정밀 등에 대해서도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가치주펀드에 자금을 처음 집행한 16일 이후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한국전력으로 32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한화(276억원)를 비롯해 대우증권(231억원) 삼성전기(222억원) 삼성물산(203억원) 현대제철(199억원) 한국가스공사(167억원) 현대건설(16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