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형제들간의 이견 탓에 전문 경영인을 받아들인 금호아시아나그룹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영권 분쟁 발생 가능성, 구조조정 가속화 등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가를 좌지우지할 이슈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경영권이 통째로 바뀌는 경우까지 언급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가시화 될 경우 단기적으로 금호석유화학 등 일부 기업의 주가에 호재가 될 수 있으나 전반적으로 불확실성을 키워 부정적일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결국 대우건설 인수에 따른 위기인 만큼, 대우건설의 매각을 주도하고 있는 산업은행에 '공'이 넘어갔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호석유 주가 급등…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비춰져

29일 오전 11시 44분 현재 금호아시아나그룹 주가는 전반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이 5% 가량 오르고 있을 뿐, 금호산업(-5.78%) 아시아나항공(-1.02%) 금호전기(-0.48%) 금호종금(-2.26%) 대한통운(-0.26%) 대우건설(-2.71%) 등은 동반 하락세다.

앞으로의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금호석유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는 것은 경영권 다툼으로 지분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전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박 회장 본인과 그의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동반 퇴진한다고 밝혔다. 박찬구 회장이 균등출자라는 경영합의를 위반하고 그룹의 정상적 운영에 지장을 초래해 해임됐으며, 본인(박삼구 회장)도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고 물러나겠다고 했다.

앞서 박찬구 회장은 아들 준경씨와 금호산업 지분을 팔고 금호석유화학 지분은 늘려 현재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18.47%까지 늘렸다. 박찬구 회장은 박삼구 회장이 주도해 추진한 대우건설 인수를 애초부터 반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석유화학 등 일부 '알짜' 회사를 그룹에서 계열분리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박찬구 회장측이 박삼구 회장의 결정에 반발해 의결권 경쟁을 벌이면서 주주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주주 친화 정책을 내세우게 된다면 금호석유화학 주가는 단기적으 상승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는 절대로 그룹 전체에 좋은 그림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안상희 대신증권 연구위원도 "박찬구 회장이 반발할 경우 단기적으로 금호석유화학 주가는 (위로)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반대로 박찬구 회장이 순순히 받아들인다면 "금호석유화학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금 창구 역할을 하게 된다"면서 금호석유화학 주가에는 악재인 것으로 분석했다.

◆금호그룹 재무건전성 악화 불가피…결국 유증할 듯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박삼구ㆍ찬구 회장의 동반 퇴진이 오너 형제들간의 단순한 경영권 분쟁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오너가(家)의 '파이 나누기'가 아니라 파이 전체가 없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 나온 어느정도 조율된 특단의 조치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대우건설 매각이 산업은행의 요구대로 지분 72% 전량 매각이나 혹은 50% 플러스 1주 등의 방식으로 가닥이 잡힐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권은 통째로 넘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호아시아나측은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 채권단 지분 39%만 넘기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비해 산업은행은 지분 '50%+1주' 혹은 지분 72.1% 전량 매각을 유력하게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구원은 "만약 산은의 방식대로 될 경우 금호산업은 풋백옵션 등의 문제로 인해 1조원 이상을 날려버리게 된다"며 "이 경우 금호산업은 재무구조가 급격하게 악화될 것이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감자를 한 뒤 유상증자를 할 수밖에 없는데, 이 때 누가 유상증자에 들어올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그룹 내 관계사 중 비교적 자금 여유가 있는 금호석유화학이 증자에 참여할 경우 금호석유화학 위주로 그룹이 재편될 것이나, 만약 다른 투자자가 참여한다면 회사가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변성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대우건설 매각을 금호아시아나에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가지 못한다면 그룹 전체가 흔들리수 있다"고 진단했다. 매각 주식수와 가격이 문제인데, 지분은 39%, 가격은 주당 1만8000원을 넘어야 경영권에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대우건설 주가는 28일 종가 기준 1만2900원이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여론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이번 오너 형제들의 동반 퇴진으로 여론이 금호아시아나쪽으로 돌아설 경우 아무래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산업은행의 결정 탓에 망할수도 있다는 인식을 시장에 심어준다면, 산업은행도 부담을 느껴 결국 지분 39% 매각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경닷컴 안재광/한민수 기자 ahnjk@hankyung.com